<기자칼럼>환자는 뒷전 불만 성토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0일 오후1시를 전후한 서울강남구반포동 가톨릭대 의대 마리아홀.2천여명의 의사.약사들이.대토론'을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한약.양약 따로 없고 양방.한방 따로 없다'.한의사는 좌충우돌 복지부는 갈팡질팡' 행사장 입구에 나붙은 각종 플래카드 내용만 봐도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금방 알 수있었다. 예상대로 이날 토론회에서 새로 나온 내용은 없었다.유성희 의사협회장의 개회사를 비롯,토론 참가자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의료 일원화를 외쳤다.
이문규 약사회장은 인사말에서 “한방정책관제 신설은 보건의료 정책의 50년 후퇴”라면서 즉각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것이 이날 대토론회 제목인 .의료정책 바로세우기'의 핵심이었고 전부인듯 했다.
정부가 의약 전문단체를 경시하고 있어 단합된 힘을 보여줄 필요성 때문에 모이게 됐다고 강진구 의사협회 이사는 솔직하게 이모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토론장의 분위기는.의료정책 바로세우기'라는 본령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과거지사를 예로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방해하거나 들어주지 않는 모든 집단에 대한무차별 성토만이 난무했다.이원순 대구의사회 회장은 의대 신.증설의 예에서 보듯.정부의 무원칙한 정책이 의사들 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종훈 대전약사회장은“한방.한약은의료영역중 작은 하나에 불과하다”며“보건복지부 내의 의정국.약정국처럼 독립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을 해왔던 의보수가 문제가 지적되면서 의사들의 불만은 더욱 노골적이었다.사람 출산 수가는 4만4천원인데 비해 애완견 출산 수가는 10만~20만원이라면서.인권이 개권보다 못하다'는 섬뜩한 주장까지 등장했다 .
이 때문에 자살자가 속출하고 의사들이 주유소.식당 주인으로 전업하고 있다면서.푸대접 받는 의.약사 현실'을 스스로 개탄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박수가 터져나왔고 그들의 진정한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의.약사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풀렸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의료정책 바로세우기'에 대한 대안 제시나 활발한 의견 개진은 적어도 기자 눈으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병원과 약국을 찾아 헤맨 국민들의 불편을 생각할 때 이날 행사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명쾌하게 기자의 가슴에다가오지는 않았다.
윤석진 사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