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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원,모의技法 통해 북한 對南사업 추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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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민무력부장 동지,잠수함을 남한에 보낸 것은 잘못 아니오.
” “최고사령관 동지,잠수함이 바위에 걸려 문제가 생겼습니다만그래도 대남 정찰은 불가피합니다.” 20일 통일원에서는.이상한' 회의가 열렸다.김정일(金正日)등 북한의 핵심들이 참여한.대남(對南)사업 평가회의'가 그것.물론 진짜 김정일 등이 나오지는 않았다.
우리측 북한전문가들에게 북한 정책결정권자의 역을 맡기고는 북한이 금년도 대남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난상토론케 한 것이다. 상대가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할 것인지를 추론키 위한것.이는 예상되는 모든 상황을 설정,상대방 입장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결정하는 소위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정부는 주요 국제회의전에 활용하고 있다.
등장한 북한 고위당국자는 김정일.최광(崔光.인민무력부장).김영남(金永南.외교부장).김용순(金容淳.당비서).김정우(金正宇.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등 5명.
유완식(兪完植)남북회담사무국 자문위원이 김정일 역을 맡고 강인덕(康仁德)극동문제연구소장,오관치(吳寬治)국방연구원 연구위원,김달술(金達述)남북대화사무국 자문위원,조명철(趙明哲)전 김일성대학 교수가 각각 나머지 대역(代役)을 맡았다.
다음은 12월말 노동당 3호 청사회의에서 .96년도 대남 평가회의'가 개최된 것을 상정한 회의 주요장면이다.
▶김영남=잠수함 사건은 나진.선봉지역 투자분위기를 악화시켰으며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에 차질을 초래했습니다.또 남조선의 해이했던 안보의식에 경각심을 일깨워 남한 군사력 강화의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생각입니다.
▶최광=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적화통일을 위해선 남한에 대한 정찰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앞으로도 잠수함을 이용한 정탐은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일=남조선과 미국애들이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는데 어떻게처리하면 좋은가.
▶김영남=명백한 증거를 남겼고,미국도 94년 12월 미군 헬기 월경.추락사건때 사과한 전례가 있으므로 일단 사과를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그러나 이 사과는 미국에 대해서만 해야합니다(나머지 참석자들“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동조).
▶김정우=최고사령관 동지,4자회담을 이용해 잠수함 사건에서 벗어나는게 어떻겠습니까.
▶최광=안됩니다.4자회담을 수용하면 한반도 평화문제는 미국과협의,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외교정책의 기본축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김영남=4자회담은 계속 .관심표명'선에서 대처하는게 우리에게 이익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내 생각은 4자회담 보다는 3자회담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동무들 견해는 어떻소.
▶김영남=4자회담은 내년 남조선의 대통령선거때까지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게 좋을 듯합니다.그러면서 계속 전제조건을 내세워 최대한 실리를 얻어내도록 하지요(참석자 전원 찬성).
▶김용순=한총련 사태는 범민족대회를 통해 위축됐던 남한내 친북세력을 고무.충동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됩니다.
▶김영남=그것은 잘못된 견해같아요.우선 한총련 사태가 지나친과격화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게다가 남조선 괴뢰정부의단호한 대응으로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의 입지가 약화됐어요.결국대남 전략의 핵심축인.남조선사회의 변혁운동' 에 중대한 차질을빚게됐다는 것입니다.
▶김정일=금년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러 동지들이 일을 잘해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어.남조선과 미국간 공조체제를 많이 파들어갔고,남조선이 추진하고 있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정책의 부당성이 국제사회에도 상당히 먹혀들어갔다고 봐.내 년에도 기존의대남정책 노선을 계속 견지키로 하지.남조선 애들이 조문사과를 하지않는한 대화는 없어.그러나 남한의 민간기업과는 교류,협력을추진해 경제적 실리를 확보해.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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