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PEC회의와 우리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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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다가옴에따라 APEC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93년 아태지역 지도자들이 미국 시애틀에모여 역내 무역자유화의 비전을 제시한 이후 매년 개최돼 왔다.
이번에 필리핀 수비크에서 개최되는 제4차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3년간 APEC 차원에서 논의되고 조율된 구체적 무역.투자 자유화계획을 집대성한 마닐라행동계획(MAPA)이 채택될 예정이다.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및 원활화의 이행계획을 담고 있는 MAPA는 각회원국이 추진할 개별실행계획과 APEC 전회원국이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동실행계획및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마련된 경제기술협력과제 등 세가지 주요과제를 포괄 하고 있다.
APEC 18개 회원국은 자국(自國)이 자발적으로 제출해 MAPA에서 합의된 내용과 방법에 의거해 97년1월1일부터 자유화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한편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될 제8차 각료회의에서는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제시할 APEC 차원의 범세계적 무역자유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특히 미국.캐나다 등을 비롯한 APEC 선진국가들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분야 제품의 무관세화(無關稅化)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기술협정(ITA)에 대한 APEC내 합의를 유도해 WTO 각료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傾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APEC은 논의 단계에서 실천단계로 나아가기 시작할 것이며,추상적 협력의 개념을 구체적 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APEC은 한국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경제협력체며,WTO와 더불어 앞으로 세 계경제질서재편에 핵심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특히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선진국들과 산업 각분야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국제통상.
환경 아래서 우리가 APEC 발전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기존의 미.일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급증하는 동아시아국가와의 교역관계를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APEC은 경제발전수준과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나라들로 구성돼 있어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할 경우 성공적인 자유화 달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대립을 완화시키는 중간자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APEC협력의 심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경제성장과정에서 획득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그렇게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시장개방을 유도하고 우리의 시장을 다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러한 노력은 우리기업의 해외시장개척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천연자원의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또 선진국의 첨단기술이전및 통상압력 등쌍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현안을 APEC 틀 안에서 논의하도록유도함으로써 무역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정착돼가는 세계교역질서 아래서 APEC을 통한 무역.투자자유화가 우리 경제에 가져다주는 혜택은 적지 않다.APEC의 자유화방안은 비구속적 자발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방에 따른 국내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의의가크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APEC에서의 능동적 참여를 위한 장기적 비전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APEC 협력의 성과가 국가경쟁력향상과 직결되도록 하는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 최근 우리 경제 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화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상겸 대외경제정책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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