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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단추 3개 → 1개로 남성복 선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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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솔리드 옴므’로 국내에 팬이 많은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49)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88년, ‘원조 오렌지족’이 모습을 드러내던 서울 압구정동에 15평짜리 매장으로 시작해 한국 남성복의 변화와 함께 성장한 그다. 그의 브랜드 솔리드 옴므는 현재 1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커졌다. 2002년에는 프랑스 파리 컬렉션에도 진출했다. 우영미의 남성복 스타일은 유행에 민감한 오렌지족뿐 아니라 이승철·이승환·윤상·박중훈 등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 취향도 만족시켰다. 스타들이 그의 ‘의상실’에 단골로 드나들었던 90년대는 지금처럼 스타일리스트가 명품 브랜드에서 옷을 협찬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 입던 시절이었다. 우영미와 함께 ‘한국 남성복 20년’을 되짚어보자.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는 남성복 디자이너는 남자 몸에 대한 조력자라고 말한다. [박종근 기자]

 #새로운 스타일에 눈뜬 90년대

1990년대 인기 가수 조정현이 입은 솔리드 옴므의 92년 가을·겨울용 롱코트(사진上). 연기자 차승원이 패션모델 시절 입었던 96년 봄·여름용 의상. [솔리드 옴므 제공]

“색다른 모습의 카페가 문을 열고 못 보던 옷을 입은, 당시로선 세련되게 멋을 낸 남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조 오렌지족의 모습을 기억하는 우씨는 88년 압구정동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했다. 서울 올림픽 이후 해외 트렌드가 조금씩 유입되던 시점이고, ‘오렌지족’이라 불리는 미국 유학생 문화가 번져가던 시기였다.

“80년대 후반엔 클래식 슈트가 유행을 했죠. 그래서 흔히 ‘더블’이라고 부르는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이 대세였고요.”

깃이 넓고 품도 넉넉한 스타일의 재킷 유행에 맞물려 90년대 초반엔 긴 코트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 2~3년 사이 여성용 코트에서 유행했던 큰 알 모양의 ‘코쿤 스타일’과 닮은 긴 코트였다. 유행의 선두에는 스타들이 있었다.

“이승철씨는 압구정동 매장에 아침부터 나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묻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옷을 주문했어요. ‘같이 무대에 서는 다른 스타들보다 더 잘해 달라’는 귀여운 부탁도 곁들여서요.”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와 첨단 유행을 소개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발전의 속도를 더해가던 시절 얘기다.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당시엔 획기적인 버튼 3개짜리 양복을 95년 내놨다. 기성복 라인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정통 클래식의 영향이죠. 원래 단추 3개짜리가 남성 슈트에선 기본으로 여겨지니까요.”

90년대 한국 남성들은 그렇게 서서히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해 나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21세기

90년대 후반 들어 남성복에 ‘캐릭터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타났다. 솔리드 옴므의 정체성이 강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정통 정장보다는 가볍고 기존의 캐주얼보다는 점잖아 보이는 캐릭터 캐주얼에선 폴리에스터 소재가 각광을 받았다. 뻣뻣하지 않고 몸의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성질의 폴리에스터는 ‘딱떨어지는 라인’의 일등공신이었다. 우씨는 “80년대 후반부터 감각을 길러온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자신감 없이는 입을 수 없는,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옷의 인기도 그 때문이란 분석이다.

본격적으로 21세기에 접어든 2003년에는 에디 슬리먼이라는 걸출한 디자이너의 등장으로 남성복 실루엣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깡마른 남성 모델이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기 시작한 것. 여기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블루종 재킷’도 이 시기 처음 소개됐다. 블루종은 점퍼와 재킷의 중간 형태에다 기장은 기존의 재킷보다 짧은 것이 특징이다.


2005년 들어 눈에 띄는 남성복 슈트의 변화는 단추 한개짜리 재킷이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쉽게 받아들였다. 우씨는 “20년 동안 한국의 남성복은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변했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선 50년 걸렸을 변화예요. 특히 남성 소비자들의 변화는 눈부십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데다 그것을 시도해 보는 모험정신까지 갖췄으니까요.” 실제로 우영미가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인 과감한 의상은 국내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되기도 한다.

“패션쇼용으로 만든 니트였어요. 배꼽 바로 위까지 V자 모양으로 깊이 팠어요. 상품은 좀 더 점잖게 하려고 했는데 이런 과감한 의상 자체가 판매되더라고요.”

그는 우리나라 남성복 패션 디자이너의 힘을 소비자에서 찾았다. “독신 남성도 점점 더 많아지잖아요. 아무래도 멋에 더 신경쓸 여유가 있겠죠. 거기에 과감함까지 갖춘 소비자가 있으니 한국 남성복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는 20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남성복 디자이너는 남자 몸에 대한 조력자여야 해요. 옷을 입은 사람이 더 멋져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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