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사건 탈출 벼랑끝 전술-北,판문점연락사무소 폐쇄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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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판문점 북측 연락사무소 잠정폐쇄 선언은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조성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격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북한은 현재 한.미 양국으로부터 .사과'하라는 압력을 받고있다.북한은 지난달 뉴욕 북.미접촉에서 유감표명,3자설명회 수용등 몇가지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한.미로부터 일축당했다.북한은북.미 공동성명 형식을 빌려 유감을 표시하는 방 안까지 제시했다는 전언이다.이런 것들이 일축됐음은 당연하다.그리고 명시적으로 시인.사과및 재발방지를 다짐하라는 요구만 받았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다른 것은 몰라도 .명시적 사과'는 할 수없다는 입장이다.이에따라 북한은 예의 .벼랑끝 전술'을 다시 구사하기 시작했다.북한은 강석주(姜錫柱) 외교부 제1부부장의 공식서한,중앙통신등을 통해 핵개발 위협을 몇차례 시도한데 이어판문점 연락사무소 폐쇄조치를 내놨다.특히 이번 연락사무소 폐쇄조치는 우리측을 겨냥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남북관계가 워낙 단절돼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또 북한이 판문점 정전체제를 와해시키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속셈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그러나 잠수함 침투사건이후 북한이 남북대화와 관련,양측이 합의.설치한 기구를 폐쇄하는 가시적 조치를 처음으로 취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통해 현 남북관계 경색국면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우리측이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일체의 대북접촉을 중지시킨 것을 역이용해 대화부재와 이로 인한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우리측에 있음을 대외에 주지시키겠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통신 보도내용중 북한이.잠정적으로'라는 단서를붙인 점도 관심을 끈다.정부일각에선 이를 놓고 북한이 남한의 양보를 은근히 촉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나 다른 일각에선 고도의 심리전술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조치로 남북연락사무소간에 설치돼 있는 2회선의 직통전화는 앞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다만 남북적십자 연락사무소간 직통전화가 2회선이 남아 있는데북한이 이마저 폐쇄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한.미 이간과 국내 여론분열 책동 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향후 북한의 수순이 주목된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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