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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界 울리는 조직폭력-억지출연서 금품상납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연예인들의 대중적인 인기를 상술에 악용하거나 특정업소 출연을강요하고 금품을 뜯어온 연예계 주변 폭력이 또다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번 수사는 대상이 광범위하고 수법도 교묘해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중장년층에 인기가 많은 원로 연예인들을 동원해 건강 보조식품을 팔아온 폭력조직의 전(前)간부 최재일(崔在一.
38)씨를 구속했다.
검찰 수사결과 崔씨가 연예인들을 이용해 「약장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폭력조직 그랜드파 조직원 40여명이 한꺼번에 검거돼 조직이 와해된 93년.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대도시 변두리등을 돌아다니며 건강식품을 파는 약장사에 손을 댔으나 악단으로 관객을 불러모으고 만병통치약 운운하며 바가지를 씌우는 기존 수법으로는 장사가 신통치않았다.궁리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유명 연예인들을 얼굴마담으로 동원,소비자들로 하여금 건강 보조식품의 효능을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 崔씨는 코미디언 S씨,영화배우 C씨등 10여명을 광고출연 교섭대상으로 선정했고 결국 원로 코미디언 S씨등을 자신의광고에 출연시키는데 성공했다.그는 출연료로 S씨에게 1백70만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출연료 액수가 너무 적은데다 실제로 지급했다는 증거도 없어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와함께 연예인 주변에 기생하고 있는 조직 폭력배들에 대해서도 전면수사에 나섰다.폭력배들이 연예인을 위협해 돈을 뜯어내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 출연시킨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배에 의한 연예인들의 수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이미 70년대 가수 나훈아.김추자씨가 병과 각목으로 폭행당한 것을 비롯해 80년대 들어서도 조용필.태진아.수와진.남진씨등이 폭행당하기도 했다.
이들이 수입이 많은 야간업소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시세보다 형편없이 낮은 출연료를 받고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찬조출연하거나 금품을 상납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연예인들은 보복과 구설수에 휘말릴 경우 인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폭행사실조차 발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은 특히 슬롯머신 업소등 단속으로 수입원이 없어진 일부 폭력배들이 연예인들에게 자신들이 개설한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도록 강요하는등 연예계를 상대로 한 새로운 폭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 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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