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경제 이것이 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리 더 내리고 재정지출 늘려야

외환위기 때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력이 훨씬 튼튼한 데다 국제 공조까지 이뤄지고 있어 위기는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정상을 찾으려면 정부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충분한’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 재정 지출도 늘릴 수 있다. 금리와 재정을 중심으로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대통령이 직접 경제 진두지휘를

금융시스템이 취약해졌다. 파생상품 시장의 발달로 국제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한국 경제에 그대로 전염되고 있다. 민생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기다. 정부는 민생 우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단합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상황 판단과 잘못된 대처로 신뢰가 사라졌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지수에 흔들리지 말고 시장 믿어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문제 없다. 시장이 가는 대로 놔두는 게 좋다. 정부가 너무 개입하면 곪은 부분이 터지지 않는다. 두통약을 먹으면 머리는 안 아플지 몰라도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지만 연·기금 보고 주식을 사라, 팔아라 하지는 않는다. 정책이 지나치면 안 된다. 코스피지수가 900이냐 800이냐 이런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바트 엡스타인 KTB투자증권 대표

◆기초체력 비해 주가 급락한 셈

한국 주가는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고, 환율은 지나치게 올랐다. 한국 증시가 3년 내 2000까지 오를 확률은 60~70%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도 1년 내 1000원대로 돌아갈 확률이 절반 이상이다. 나 같으면 지금 한국 주식을 사겠다. 외환위기 경험도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관료들의 말보다 한국 국민의 능동적 대처 능력을 믿는다.

뤼저취안 중국 중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 경제 건실함 잘 알려야

국제 핫머니의 한국 유입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고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투기자본은 시장이 요동치는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이 때문에 투기자본이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한국 정부가 놀랄 일은 아니다. 시장을 안정시키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만 취한다면 전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 경제의 건실함이나 좋은 지표를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니컬러스 콴 홍콩 스탠다드 차타드 아시아 연구소장

◆해외자본에 대한 편견도 문제

한국이 유독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왕따’를 당해서다. 우리가 자초했다. 론스타 같은 해외 자본에 배타적인 감정을 보여 외국 언론에 나쁜 인상을 심었다. 그게 지금 한국 경제를 깎아내리는 보도로 이어지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또 금융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때에 대비해서라도 해외 자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일관된 정책 펴야 신뢰 회복

금융시장 불안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시장 불안이 금융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율은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원화 가치 급락은 한국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일부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앞으로 나올 정부 정책이 주식·외환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발성 정책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안드레아스 노이버 하나UBS자산운용 사장

◆투기자본, 한국 습격 안 할 것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 때의 요인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이 제2의 아이슬란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한국 금융시장의 수준은 일본과 홍콩 수준은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발전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국제 석유시장에 몰려들었던 단기 투기성 자본이 빠져나와 어디로 몰려갈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을 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왕하이펑 중국 국가발전개혁 위원회 국제경제 종합연구실 주임

◆일자리 창출에 힘 쏟아야

경제 현상은 위기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는 위기다. 외환위기를 겪은 탓에 불안감이 더 증폭됐다. 그러나 환율은 단기간에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주가도 회복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버팀목이 될 것이며 수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도 곧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스스로 믿고 스스로 돕는다는 생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어윤대 고려대 경영대 교수 (전 총장)

◆더 과감한 선제적 대책 내놔야

외국인들은 불신을 갖고 한국 경제를 보고 있다.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고, 금융 감독 시스템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능력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국제적 소통이 필요한 때다. 금융은 신뢰가 중요하다. 편견이라도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정부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 금융 불안을 잘 극복하면 국제 신용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건설사저축은행 M&A 유도 필요

정부는 ‘위기가 아니다’라고만 말하지 말고, 시장이 신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2의 외환위기’ 주장은 과장됐다. 다만 기업 중에 과잉 투자한 중소 조선업체나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건설사가 문제다. 연체율이 14%가 넘는 일부 저축은행도 걱정스럽다. 정부가 나서 인수합병을 유도해야 한다. 외환시장은 단기 차입금의 만기 차환만 신경 쓰면 안정될 것이다. 원화는 한은의 이번 조치로 충분하다고 본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경상수지 흑자가 위기 극복 잣대

한국의 경제는 튼튼해 보였지만 해외 의존형 경제이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수출 비중이 큰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한국 경제는 급격히 위축된다. 경제 여건이 더 나쁜 나라보다 한국이 외부의 경제 변수에 취약한 이유다. 경상수지 흑자가 앞으로 위기 극복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제조업의 기반을 더 튼튼히 하는 것도 근본 대책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지마 다카오 일본 긴키대 경제학과 교수

◆위기 극복, 핵심은 국민적 협력이다

미국에서 탈이 났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어려울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핵심은 국민적 협력이다. 경제팀이 서로 말이 달라선 신뢰를 얻기 어렵다. 최근 대응은 한발씩 늦는 느낌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권한이 커진 만큼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하기에 따라 위기는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

◆한국은행 공격적 금융정책 필요

미국과 유럽 경제 부진이 개발도상국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나쁜 지표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황 위험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고 한국 정부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인 금융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대니얼 멜서 호주 이코노미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