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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닐 조던 新作 "마이클 콜린스" 사실왜곡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닐 조던감독의 신작영화 『마이클 콜린스』 (원제 Michael Collins)가 아일랜드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아일랜드에서 개봉된 『마이클 콜린스』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의 일생을 그린 전기영화.『크라잉 게임』에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리스트이야기를 그렸던 조던감독이 이번에는 IRA를 창설한 게릴라 지도자의 짧고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 것이다.
지난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과 남우주연상(리엄 니슨)을 수상하는등 좋은 평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일랜드 언론들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마이클 콜린스(1890~1922)는 7백여년에 걸친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1916년 농민폭동등 여러차례영국군에 대한 무장투쟁을 주도했고 21년 영국군 합참의장을 암살,아일랜드공화국 독립을 쟁취하는 영국과의 조약을 따낸 주인공이다. 급진파 IRA들은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불완전독립에 타협한 콜린스를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라고 비난하지만(아일랜드공화국 초대총리에 올랐던 그는 실제로 그의 타협을 못마땅해하던 동료의 배신으로 31세에 비극적으로 암살됐다)대부분의 아일랜드국민들은 그를 민족영웅으로 존경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받는 장면은 세 군데.영국군에 의한 민간인 대학살과 개신교 경찰들에 대한 자동차 폭탄테러,그리고 콜린스의 암살 대목이다.
조던감독의 영화에선 영국군이 장갑차를 타고 더블린 크로크공원의 스포츠 관람객들에게 기관총을 쏴대는 것으로 나오지만 1920년 실제 사건에선 영국군이 영국 요인들의 살해에 대한 보복조치로 스포츠팬들에게 소총으로 반격을 했다는 것이다 .
또 자동차 폭탄테러는 조던감독이 IRA가 잘 쓰는 수법을 도입함으로써 오늘날 북아일랜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 의도로 읽히고 있는데 폭탄테러 수법 또한 20년대엔 없었다는 지적이다.
논쟁이 가열되자 조던감독은 『영화의 줄거리는 1916년부터 22년까지의 이야기일 뿐 현재의 정치현실에 대한 암시 의도는 전혀 없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언론들은 이 영화가 폭탄테러등 무장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IRA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또 영국의 보수언론들 역시 이 영화가 테러리스트를 미화했다며 상영 중지를 촉구하는등 강경한 태도를 보 이고 있어 주목된다.
한편 논쟁과는 상관없이 이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지대해 개봉되기 전 최고의 예매율을 기록했으며 아일랜드 사상 전무후무한 흥행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콜린스는 역사적인 평가를 떠나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대중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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