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소’ 금융위기로 전화위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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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금융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아소 총리는 “지금은 긴장감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면서 대규모 금융시장 안정, 경기회복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자민당 지지율 저하로 중의원 해산 압력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26일 도쿄 시내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취임 후 첫 가두연설에 나서 국민을 직접 설득했다. 그는 “일본은 지금 (전 세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있다”며 “연말까지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경기대책을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이미 증권거래세 인하 등 11조 엔(약 165조원) 규모의 1차 경기대책을 마련해 16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해 내각에 2차 경기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차와 2차를 합하면 필요한 추경예산 규모는 7조 엔에 달할 전망이다. 자민당은 경기 부양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도 감수할 방침이다.

30일 발표되는 2차 경기종합대책의 규모는 최대 20조 엔(30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자민당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지방을 겨냥해 도로교통세 1조 엔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고, 주택담보대출 세율을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조치도 포함된다. 이 대책에는 가계당 7만 엔가량의 소득세를 감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중의원 선거를 앞둔 ‘현금 뿌리기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소 총리는 “경기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강행키로 했다. 민주당 등 야당도 체감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이 정책이 선심성 정책인 줄 알면서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총리가 앞장서 리더십을 발휘하자 경제 관료들의 움직임도 일사불란해졌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 겸 금융상은 “총리 지시를 받고 재무성·금융청이 함께 주가·환율 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행정개혁상은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와중에 (선거를 치르면) ‘경제가 이럴 때 선거를 해도 되느냐’는 국민 불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연내 해산에 찬성하는 국민은 30% 수준”이라며 “국민 대다수도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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