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건 축구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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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데뷔 첫해 우승신화를 창조하려던 삼성으로선 승부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현대도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뒤끝 없는 우승인가를 자문해봐야 할 것 같다.축구인지,난장판인지 모를정도로 게임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심판진도 문제였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다소 과격한」 행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90분 경기에서 1분30여초마다터져나온 거친 파울(양팀 합계 57개)과 이로 인한 경고 14명(현대=8명,삼성=6명),퇴장 5명(삼성=3명 ,현대=2명)이란 숫자는 이 경기의 수준을 가늠케 해준다.파울의 질도 극히불량했다.격투기를 하듯 노골적으로 걷어차고 팔꿈치로 찌르고,심지어 엎어진 선수까지 짓밟고….특히 승패보다 깨끗한 승부를 누누이 강조해온 삼성이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보장되는 이날 경기에서 오히려 더 거칠게 「판」을 이끌었다는데 이르러서는 도무지이해할 수가 없다.
우선 전반 33분 삼성수비수 박충균이 위험지역도 아닌 현대 진영에서 안홍민과 신경전을 벌이다 퇴장당한 것은 뭐라 변명해도용인될 수 없는 본헤드플레이였다.1-1로 진행되던 후반 8분 「삼성의 모든 것」이라던 바데아의 퇴장도 마찬가 지.파울을 동반한 집중마크를 수없이 당해온 그가 윤재훈의 태클에 파울을 얻어내기는커녕 보복태클을 가하다 동반퇴장을 당함으로써 결정적으로게임을 그르치는 우를 범했다.
그렇다고 현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1패를 안은 현대가 거칠게 나오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그런데 삼성선수들이 지레 흥분,현대라인업의 거친 대응에 면죄부를 씌워주고 결국 다잡은 우승컵을 스스로 팽개치고 말았다는 점을 강조 하고 싶을 따름이다.
승자는 승자대로,패자는 패자대로 이날 그라운드에서 펼쳐보인 행위들이 「축구」에 먹칠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그렇지않으면 축구팬들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정태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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