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軍 비리 수사 투명하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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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일순 육군대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준 데 이어 예비역 장성 3명이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현역 대장 한명도 내사를 받고 있다. 마치 군 수뇌부가 비리의 복마전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초부터 줄줄이 터져나온 각종 비리로 우리 군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해 왔다. 이런 와중에 전.현직 군 수뇌부마저 비리의 소용돌이에 빠짐으로써 군 전체의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먹칠을 당하고 지휘체계도 사실상 마비되는 한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사안이 매우 악성이다. '특정지역 몰아내기' 등 군에선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각종 악소문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申대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 "申대장 구속은 현 정부의 '호남 죽이기'"라는 시각까지 내비쳤다. 우리는 이런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이런 소문들이 퍼져나오는 이유는 국방부의 투명치 못한 수사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 뒷전에서 '관행이라던 공금 유용에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칼을 대는지' '왜 申대장이 대상이 됐는지' 등 의문만 꼬리를 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런 의문에 대해 쉬쉬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군검찰의 수사자세는 매우 온당치 못하다. 군검찰이 申대장을 구속하면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공금 1억5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게 전부였다. 공금을 어떤 방식으로 횡령했는지, 사건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수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국민이 궁금해하는 혐의사안에 대해선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군의 비리가 군사비밀이 될 수 없다. 어떤 비리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렇게 감추기에만 급급하니 각종 악소문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물우물 넘기려 하니까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군이 언제까지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져야 하는가. 군검찰은 이번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밝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