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실무회의 개막] 美 "先핵포기"…北 "동결 대 보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공식 개막한 6자(남북.미.중.일.러)회담 실무그룹 회의는 개막식이나 기조연설 없이 곧바로 쟁점 토론에 들어갔다. 실무협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서로가 탁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뭔가 공통분모가 찾아지지 않겠느냐는 참가국들의 공통된 기대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회의 진행의 기본 룰을 정했다. 의장국인 중국 측이 회의 시작에 앞서 "어느 측이든 자극적인 표현은 삼가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모든 참가국이 동의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회담장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일본 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도 "6자 본회담 때보다 훨씬 자유스러우면서도 시종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회담 관계자는 "각국의 발언 내용도 이전보다는 한층 구체적이었다"고 말했다. 맨 먼저 발언에 나선 북한 이근 수석대표의 경우 '왜 동결 대 보상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1시간 넘게 설명했다고 한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핵 포기만 선언할 수는 없다"며 미국 측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원칙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자 바로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미국 대표단도 북한과 거의 비슷한 시간을 할애하며 북한 설득작업에 나섰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CVID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다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좀더 건설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의 '동결 대 보상'안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대표단도 완전한 핵 폐기와 이를 전제로 한 보상 문제 등 기존 입장을 보다 상세히 설명한 뒤 북측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양자접촉은 일정상 13일로 미뤄졌다.

베이징=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