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피아니스트로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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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시즌부터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물론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도 겸임하게 될 정명훈(鄭明勳.43)씨는 74년 차이코프스키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출신.
지난 9월 도이체 그라모폰(DG)사와 레코딩 타이틀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鄭씨가 각각 이탈리아 태생의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첼리스트 정명화(鄭明和)씨가 내놓은 독집앨범의 반주자로 등장, 피아니스트로컴백을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89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DG와 전속계약한 鄭씨는 그동안 발표해 온 음반들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DG본사에서도 재계약을 꺼리는 눈치.
그래서 鄭씨는 피아노 반주를 포함해 가능한 레코딩 기회를 얻으려 노력중이다.鄭씨는 그동안 鄭트리오의 멤버로 피아노를 연주해왔지만 피아노 반주자로 레코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음반판매량.개런티에서 여자 성악가로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르톨리와 鄭씨가 녹음한 새앨범 『사랑의 노래』가 15일께 데카 레이블로 국내 출시됐다.
이 음반은 바르톨리가 『모차르트의 초상』 이후 2년6개월만에데카 레이블로 내놓은 독집 앨범.비제의 『사랑의 노래』『마음을열어요』,레오 들리브의 『카디스의 처녀들』,베를리오즈가 셰익스피어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오필리아의 죽음』 등 주옥같은 프랑스 가곡들이 담겨 있다.
이밖에 라벨의 『민요집』과 『하바네라풍의 보칼리즈』,『2개의히브리 민요』,여성 작곡가 폴린 비아르도(1821~1910)의『하바네즈』『카디스의 딸들』이 눈길을 끈다.파리에서 스페인 출신 가수의 딸로 태어난 비아르도는 파리음악원 교수를 역임한 당대 유럽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뿐만 아니라 리스트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작곡에도 조예가 깊었다.
1839년 로시니의 『오셀로』에서 데스데모나 역으로 데뷔한 그는 19세때 스물한살 연상의 오페라 감독 루이 비아르도와 결혼했다. 파리에 있는 비아르도의 저택은 음악가.작가.화가들이 언제나 들끓는 사랑방이었다.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폴린과 동거하며 오페레타의 대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로시니는 그를 제자로 삼으려 했고 마이어베어의 『예언자』,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포레의 『어부의 노래』『뱃노래』,슈만의 『연가곡 작품28』,브람스의 『알토를 위한 랩소디』를 헌정받았다.베를리오즈는 1859년 글룩의 『오르페오』를 편곡해 헌정했다.
바르톨리는 이 앨범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탈리아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변신을 시도하면서 「차세대의 폴린 비아르도」를꿈꾼다.한편 지난해 출시된 컴파일 앨범 『바르톨리의 초상』은 발매후 1년 가까이 빌보드 클래식 앨범 1위 자 리를 고수하고있는 가운데 에라토 레이블로 나온 『모차르트 아리아집』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편 정명화.정명훈 오누이가 「아름다운 소리」 레이블로 내놓은 『恨.꿈.그리움』에는 이영조(李永朝.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의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성불사의 밤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함께 포레의 『꿈꾼 후에』,슈베르트-피 아티고르스키의 『미뉴에트』,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루빈스타인의 『멜로디』등 14곡이 수록돼 있다.
한국 작곡가의 작.편곡을 수록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국내용레이블에다 배경음악에 가까운 소품들로만 꾸며진 이 음반은 鄭씨의 화려한 레코딩 경력에 비춰 볼 때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음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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