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유소비 폭발, 생산은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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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원유 수급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11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고유가에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5월 말 시작되는 미국 휴가철의 휘발유 수요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수급 불안 요소가 내재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중국이 고유가 불렀다=블룸버그통신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이 미국과 아시아의 석유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석유를 공급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중국의 석유소비량이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하루 620만배럴로 중국의 폭발적인 석유 소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일부 산업에 대해선 과열을 억제하고 있지만 에너지 부문은 투자 우선 순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최근 백악관에서 에너지 관련 전략회의를 갖고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고유가 문제를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는 인도.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의 원유 수요도 급증 추세여서 2020년 아시아 원유 수요는 2000년 1890만배럴의 두배에 육박하는 하루 345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산유국 증산 능력 우려=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증산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주요 유전설비가 노후화하면서 석유 생산 비용이 늘고,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틀 전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하루 150만배럴 증산을 약속했지만 시장에서 유가는 더 뛰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커버스토리에서 하루 500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가와르 유전의 채굴량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고 사우디의 매장량 고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골드먼삭스의 제프리 커리 원자재조사팀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석유생산시설 등 에너지 부문 기간시설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유가의 진짜 문제는 공급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의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그러나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 증가, 카스피해 유전 개발 등으로 장기적인 세계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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