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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왜 '農民'아닌 農業人'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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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1월11일이 「농업인의 날」로 정해졌다.농.수산식품 대축제와 합동결혼식등 다채로운 행사가 곳곳에서 이번 주말까지 이어진다.추수끝에 치러지는 범국민적 행사다.
그러나 왜 농민의 날이 아니라 농업인의 날이냐고 의아해 하는사람도 있을 법하다.정부의 공식문서에 농업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90년부터.당시 농어촌발전 특별조치법을 만들면서 농.어민의 명칭을 농업인.어업인등으로 바꿔 부르 기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1일은 산업사회에서 농업인들이 주요 직업인으로 거듭나는 날이다.바야흐로 아무나 농사짓던 「농사꾼」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우리 농민도 2,3차 산업을 이끄는 비즈니스맨처럼 직업의식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미래지향적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대물림해 온 권농시대 정서의 청산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러나 농민이라는 단어가 쉽사리 사라질리 만무하다.언론도 농업인보다는 농민이라는 표현에 훨씬 더 익숙하다.
요즘 농촌을 찾으면 정말 농업인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농사 자체가 주먹구구식인 예전의 모습에서 빠른 속도로 탈피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엄연한 산업의 하나로서 홀로서기가 불가피하다.방방곡곡에 생겨나고 있는 법인경영체(95 년말 3천6백34개)가 그렇고 영농기계 보급으로 농촌에서 「낫」이 사라지는게 그렇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벼농사의 농업기계화율은 97%에 달했다.최근에는 비닐하우스등 시설농법 도입으로 이미 「상업농」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경지 재배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호당 경지면적은 꾸준히 늘어나 고 있다.
뒤늦게나마 「권농의 날」이 농업인의 날로 대체된 것도 천만다행이다. 권농일은 실제 주역인 농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관주도의 형식적 행사에 머물러 본래의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농민과 농업인의 차이가 어떻게,또 얼마나 다른 것인지는 앞으로지켜볼 일이다.
정영훈 경제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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