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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위기 관리는 대통령 탄핵 정국서 주가 반등시킨 ‘성명 500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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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56분.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56년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행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부의 메시지는 절제됐고, 단호했고, 일관됐다. 고건 총리는 “경제는 부총리가 중심”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자연히 시장은 이헌재 부총리의 입과 행동에 집중했다. 다른 경제 관료는 말을 아꼈다. 오후 2시30분 카메라 앞에 선 이 부총리는 딱 500자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메시지는 ‘경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대외신인도 확보’로 압축됐다. 다른 말은 줄이고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오후 6시부터 금융사 사장단 회의, 경제 5단체장 회동이 이어졌다. 정부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이렇게 행동을 통해 전달됐다. 12일 2%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주말을 지내고 15일 반등했다.

최근 위기 상황에선 이런 일사불란한 정부의 메시지 전달 기능이 실종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정치성 홍보의 과잉으로 반감을 샀다면, 지금은 꼭 필요한 정책 홍보를 총괄 관리하는 기능이 없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가 13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다. 대통령의 연설은 야당 반론권을 둘러싼 논란으로 효과를 십분 살리지 못했다. 대통령 연설에 이은 구체적인 대책은 일주일이 지난 19일에야 나왔다. 그동안 시장은 경제팀이 쏟아내는 단편적인 말에 휘둘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보유액으로 직접 은행을 지원하는 데 대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또 한쪽에선 ‘외환위기보다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전광우 금융위원장)며 경각심을 높이는 쪽에 무게를 뒀고, 다른 쪽에선 ‘외환위기 같은 상황은 결코 아니다’(강만수 장관)며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충주대 임동욱 (행정학) 교수는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의 전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진 소장은 “위기 때는 대응방안을 찾는 것 이상으로 정책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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