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來韓한 대만 탄유그룹 안주인 이혜정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스코리아」「현대판 신데렐라」 이런 단어들은 저의 과거속으로 묻혀져 가는 말들일 뿐이에요.더이상 그런 화려함은 없어요.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에충실할 뿐이죠.』 90년 최대 화교재벌인 탄유그룹의 후계자와 결혼해 세인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았던 86년 미스코리아 이혜정(李蕙汀.30)씨.그가 지난 7일 탄유그룹 계열사인 아시아월드호텔 창립기념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李씨의 이번 방문은 단순히 사업가 남편을 따라온 것이 아니다.현재 그녀가 맡고 있는 아세국제발전공사의 부사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회사는 부동산으로 유명한 탄유그룹의 부동산관리회사로 이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둘째 딸 낳고 두달 뒤부터 1년간 시아버지 특별보좌역을 맡아 일했어요.그후 아세국제발전공사 부사장 직을 맡고 있죠.다행히 시아버지와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신임도 두터운 편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왕성한 사회활동 탓인지 사 업가의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름만 걸어놓은 부사장 아니냐」고 묻곤 한다』면서 『그러나 사실은 간부회의를 비롯한 회사내 주요실무는 모두 직접 챙기고 있다』며 웃는다.결혼후 대만에서의 생활을 그는 「인연설」로 풀어간다.
화려한 국화꽃이 장식된 중국집으로 들어가는 태몽을 꾸고 자신을 낳았다던 어머니의 말을 들려주며 시집온 후 대만의 풍습과 음식에 대한 적응이 그렇게 쉬울 수 없었다고 실토한다.말도 요즘은 한국말보다는 중국말이 더 쉬울 정도다.
결국 대만에서 6년간 살면서 『나는 이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인연인가보다』라고 느꼈다는 것.『아들이 꼭 우리 남편만큼만 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남편에 대한 긍지도 대단하다.
『누구 말처럼 그저 꽃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지금 주어진 자리에 만족하지도 않을 것이고요.전 한국인이잖아요.한국며느리가 얼마나 지혜롭고 똑똑한지 보여주고 싶어요.그리고 기회가 닿는대로 꼭 한국에서 큰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李씨의 당찬 소망이다.
李씨는 서울예고와 세종대 무용과를 졸업했으며 남편 쩡웨이황(36)이 현재 탄유그룹 사장을 맡고 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