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인터넷 사이트에 '노빠 10계명' 등장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두고 친 노무현 대통령 인터넷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 난데없는 '노빠 10계명'이 등장했다.

내용은 다분히 친노적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과격한 문구가 사라졌다. 예컨대 반노세력도 함께 끌어앉고 급진적인 친노세력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승리했으니 모든 국민을 어우르고 함께 개혁에 동참도록 하자는 취지다. 물론 친노세력이 얼마나 이같은 계명(?)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또 반노세력이 이에 얼마나 고개를 끄덕거려 줄지도 불확실하다. 노빠란 쉽게 말해 노무현 대통령 팬(fan)을 말한다.

10계명은 서프라이즈의 '영성'객원논설위원이 작성해 10일 올렸다. 그는 "노빠들이여, 가열찬 길이 활짝 열렸다"며 '다시 읽어보는 노빠 10계명'을 덧붙였다. 그는 "과거세대가 네가티브란 말로 특징지워 질 수 있다면 젊은 세대들은 포지티브라는 한 단어로 그 이미지를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우리는 불과 몇십년 사이에 많이 변모했다. 하지만 더욱 변해야 한다. 변하되 포지티브하게 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빠들이여, 그대들의 앞에는 고생문이 훠 ̄언하게 열려 있다"고 전제한 뒤 "포지티브하게 변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른바 엘리트라고 불리우는 이리떼들이 끊임없이 그를 물어 뜯으려고 시도할 것이며, 탄핵, 삼보일배, 신나통을 앞에 두고 대치하는 어느 유력했던 대통령 후보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상상력의 외연을 줄기차게 확장하는 그들이 노빠들의 인내력의 한계를 쉬임없이 시험할 것"이라고 썼다.

또 "여행을 가기 직전이 가장 즐거운 법이 듯이 그가 돌아오기 직전인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할 때가 아닐까. 돌아온 후 벌어질 온갖 추악한 작태는 안봐도 DVD이기에…. 그러니 님들이여, '진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아무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는 에밀 졸라의 멋진 말을 음미하며, 커피라도 한 잔 하며, 비오는 봄날의 오후를 느긋이 만끽해 두자"고 덧붙였다.

그리고 급진 노빠를 경계하고 반노를 증오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빠 10계명'을 덧붙였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다면 "노빠가 다 이렇게 행동한다면 나라도 동참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수구꼴통을 타도하자'는 거친 구호가 넘쳐나는 세상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김창우 기자

다음은 '노빠 10계명' 전문.

다시 읽어보는 노빠 10계명 by 네이버 블로그 (펌)

우리가 진정 노무현의 대의를 따라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국가경제의 발전과 민주주의 완성을 통해 조국의 통일을 앞당기는데 내 한 몸을 바치고 싶다면 이 십계명을 잘 되새겨야 할 것이다.

1. 급진노빠를 경계하라. -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앞서 나가면 다수의 사람이 함께 하지 못하는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2. 소극적인 노빠를 견인하라. - 함께 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목말을 태워 가시밭길을 내가 먼저 밟고 나서야 한다.

3. 반노를 증오하지 말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대하라. - 그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 반대자에게 한 행동 그대로를 우리가 답습한다면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상식과 합리성이다. 비상식에는 상식으로 불합리에는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4. 비노와 함께 하라. - 이전엔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함께 해야한다. 늘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협의하는 풍토를 가져야 한다. 그 속에서 참된 길을 찾고 같이 가야 한다.

5. 내가 정의이고 남은 불의라는 생각을 버려라. - 내가 옮은 길을 간다고 해서 남을 무조건 배타한다면 그것은 옮지 않다. 좀 더 생각을 크게 가져야 한다. 이성적으로 대화해도 안될 때는 감성적인 호소로 노력해야 한다.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6.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하는 곳에 있어라. - 패거리정치에 신물나는 국민 앞에 우리 스스로 패거리 정치집단화 되는 것을 신념을 지키는 행위로 자위하고 있지 않는가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몸을 낮추고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라. 지난 대선에 큰 뜻을 이루었다면 지금은 그 뜻을 더 크게 펼쳐야 한다. 우리끼리는 조용히 모이고 조용히 행해야 한다. 우리가 모였다. 그러니 우리를 따르라는 선언적인 모습은 우리를 고립시키는 지름길이다. 참여정부에서 참된 노빠가 해야 할 일은 차분히 연구하고, 토론하고, 실천방안을 만들어서 노빠가 안된 사람들이 마음놓고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콘텐츠도 만들어야 한다. 그 속에서 그들과 기쁨을 나눌 때 참된 노빠의 길을 가는 것이다.

7. 대의를 강요하지 말라. - 개혁의 대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의는 마음으로 지지 받는 것이고 따르는 것이다. 왜 바뀌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순간, 우리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8. 내 지식과 경험을 뽐내지 말라. - 내가 남보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기 때문에 나의 말과 글이 맞는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나는 무식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가장 천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가슴속에 대의의 바른 뜻을 전달하려면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언어로 다가서야 한다.

9. 내가 모든 것을 했다고 자만하지 말라. - 내가 아니면 이것을 이룰 수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반개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외치는 개혁은 패러다임의 변화이고 시스템의 변화이다. 즉, 모든 것을 움직이는 방식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혼란한 듯 하면서 일체감이 만들어지는 시스템, 명령과 강요에 의하지 않고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발전해 나가는 시스템을 통해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과 존경이 싹트는 것이다.

10. 반대편 선 모든 사람이 감동 할 수 있을 때까지 몸으로 말하라. - 대의에 반하는 모든 사람 역시 내 민족, 내 이웃이고 나의 부모형제이다. 그들의 이해와 협력 없이는 대의를 이룰 수 없다. 말보다는 몸으로 그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묵묵히 길을 가야한다. 그 길에 백이 모이고 천이 모이고 만이 모여서 강물을 이루게 하여야 한다.

ps. 위의 십계명은 중립에 서라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실천가야말로 참된 노빠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므로 심한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십계명을 가슴 깊이 새기시어 이에 반하는 사람들을 과감히 비판하는 사랑의 매를 들길 바랍니다. 그래야 만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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