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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부부관계는 며칠에 한번씩 갖는 것이 정상이냐」던 30대 초입서부터 아들 내외의 밤살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40대 중반.한창 나이에 사뭇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큰일 아닌가.
『스노 화이트가 암내를 내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병원에데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밤살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묻는 을희에게 큰아들은 옛일을 털어놨다.
『집사람은 되게 감기들어 며칠째 앓아 누워 있었지요.할 수 없이 제가 데리고 간 겁니다.』 스노 화이트를 기다리고 있던 수코양이 역시 눈처럼 희고 긴 터럭과 파란 사파이어 같은 눈을가진 놈이었다.
두 고양이는 한칸 크기의 방에 갇혔다.심리 관찰실 모양 한쪽벽에 박힌 매직 미러 너머 고양이들의 행태를 환히 볼 수가 있었다. 늙수그레한 주인 남자 수의사가 매직 미러 벽 앞에 놓인의자에 앉아 상태를 함께 지켜보자고 했다.교미(交尾)중에 더러다치는 수가 있어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노 화이트는 놀랄만큼 적극적이었다.갖은 교태의 몸짓으로 수코양이를 도발하며 배나 뒤통수를 물었다.특히 뒤통수는 여러차례나 몹시 물어댔다.
남의 고양이를 죽여버리는 것이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원래 저러는 겁니다.고양이의 뒤통수엔 생식(生殖)기능을 조종하는 연수(延髓)가 있어서 그 자리를 자극하면 성적(性的) 흥분이 돋워진답니다.수놈도 댁의 고양이를 저렇게 물어뜯겠지만 놀라실 건 없어요.』 수의사의 말대로 수코양이도 암컷의 뒤통수를 한바탕 물어뜯고나서 방사(房事)에 들어갔다.
스노 화이트는 소리를 질렀다.그것은 쾌락의 신음이라기보다 고통으로 으스러지듯한 비명과 같았다.
『수코양이의 페니스는 가시로 덮여 있어서 삽입할 때 암코양이는 실제로 심한 고통을 느낍니다.그러나 그 통증 뒤에 강한 쾌감이 닥치게 돼있어요.』 수의사의 말대로 스노 화이트는 잇따라날카로운 열락(悅樂)의 소리를 토했다.
아내를 안을 때마다 스노 화이트의 그 고통과 열락의 소리가 귀에 쟁쟁했다.아내도 일찍이 그 광경을 봤으리라는 생각으로 곤혹스러웠다.초장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뒤에 닥치는 강한 쾌감을스노 화이트의 교미를 보며 아내는 바랐을지 모른 다.
그후로 아내와의 성생활에 저항을 느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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