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중산층 가장의 돈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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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는 돈이 어디있어요.』 『…….』 『관리비.식비에 적어도80만원은 들어가죠,경빈이와 경욱이 학원비가 합쳐서 31만원이고 적금 들어가는 것 30만원,또 당신 암보험 10만원,거기에주택 융자금….』 별 생각없이 한달 여윳돈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을 던졌던 이범종(李範鐘.38)씨는 아내의 대답에 움찔한다.생활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전혀 몰랐던 자신의 무관심에 순간머쓱해진다.
중소기업의 부장으로 재직중인 30대 후반 가장 李씨.
매달 받는 월급이 그리 적은 액수라 생각하지 않지만 좀처럼 저축에까지 돌릴만한 자금을 찾기 어렵다.
보너스가 없으면 그나마 여윳돈이 없는 상황.
이런 李씨의 모습은 바로 우리 사회의 근간을 차지하는 30대가장들의 전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신세대와 구세대의 틈바구니에 끼인 30대.
30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우리나라의지난해 인구는 4천4백85만1천명.이 가운데 30대가 가장 많은 18%(8백29만5천명)를 차지한다.
또 취업자수도 제일 많아 전체 취업자의 30%인 6백4만9천명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후반(35~39세) 가구주의 월평균 가계 수입은 1백99만원.월 평균 지출액은 1백57만원으로 매달 42만원이 남는다.많다고는 할 수 없는 돈이다.
이들의 평균 수입 곡선은 50대까지 계속 올라간다.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시점은 50대 중반(2백52만원)이다.직장 생활이누적돼 월수입이 가장 많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의 지출 규모는 40대 후반부터 점차 소득액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자녀가 대학을 간다거나 또 결혼할 때는 특히 많은 돈이 든다. 대체로 자녀들은 가장이 50세 정도에 이르렀을때 대학교에 진학하고,50대 중반 이후 결혼한다.월수입이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자칫 잘못하면 적자(赤字)인생으로 접어들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30대 가장의 인생 설계에 필요한 자금은 얼마나 될까.또 두 자녀의 대학.결혼 자금과 부부의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할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면 최소한 정년까지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돈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60대 이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현재의 규모있는 생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李씨는 5년전 분양받아 3년전에 입주한 경기도 안양 평촌의 32평형 아파트가 큰 위안이 된다.주택은행 융자 2천2백만원을받기는 했지만 20년 상환이라 갚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같다. 직장에서 더 의욕적으로 일해야지라는 다짐도 해본다.회사의 상여금이 성과급제로 지급되고 있어 해마다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이따금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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