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캠프 ‘빈 라덴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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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4일)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9·11 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사진)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시사 주간 뉴스위크지 인터넷판은 21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진영이 빈 라덴이 막판에 육성 비디오를 공개할 것에 대비해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은 2004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당시 대선 4일 전, 아랍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빈 라덴의 육성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됐다. 비디오는 미국인들에게 테러 공포를 새롭게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테러와의 전쟁’을 표방한 부시에게 막판 표가 몰렸다.

케리도 2005년 자신이 패배한 이유가 9·11 테러 때문이고, 빈 라덴이 육성 비디오를 공개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털어놨다. 케리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빈 라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테러와의 전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빈 라덴의 목소리가 공개되자 국민이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보 분석가들은 빈 라덴이 부시의 당선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대외 강경 보수정권이 등장해야 근본주의 세력인 자신이 추종자들과 지원자들을 끌어 모으기 쉽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이번 대선에선 빈 라덴이 비디오를 공개하더라도 2004년처럼 표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인들의 뇌리에서 9·11 테러 기억이 2004년보다는 흐릿해진 데다가, 테러 대신 경제위기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오바마 진영도 케리와는 달리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오바마는 그동안 대화 우선 외교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빈 라덴에 대해선 강경 목소리를 내왔다. 심지어 빈 라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믿을 만한 정보만 있다면, 파키스탄 폭격도 불사하겠다고 밝혀왔다.

오바마 측은 또 비디오가 공개되면 이를 부시 실정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표방한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 빈 라덴을 잡는 데 실패했다”고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오바마 진영은 이와 함께 캠페인 도중 매케인 후보가 “나는 빈 라덴을 어떻게 찾아낼지 알고 있다”고 말한 점을 집중 성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있으면서도 왜 ‘친구’ 부시에게 얘기해주지 않았느냐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 라덴이 대선 직전 잡힌다면 매케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만약 빈 라덴이 주도하는 대형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면 후폭풍은 예측하기 힘들 것”으로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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