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숨진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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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대통령 당선인의 유고 시 후임자를 정하는 방법을 제안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수십 차례의 암살 기도를 받아왔다. 링컨·가필드·케네디 대통령 등은 임기 중 암살당했다.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가 사망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의회조사국이 이번에 이런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 대선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올해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이나 역대 최고령 대통령(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당선인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에 대해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미 정부도 어느 때보다 후보 경호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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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보고서를 쓴 CRS의 토머스 닐 박사는 “지금까지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의 유고 시 승계 주체나 절차가 불명확해 해석상 혼선이 많았다”며 “규정을 명확하게 만들어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행정상 혼란을 예방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유고 시엔 ‘부통령→하원의장’ 순으로 승계 절차가 규정돼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의 유고 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닐 박사는 11월 4일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가 내년 1월 20일 취임 전에 숨질 경우 미 대선의 절차상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은 ①11월 4일 유권자들이 각 주마다 할당된 선거인단을 뽑고 ②12월 15일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하며 ③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집계해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를 대통령 및 부통령 당선자로 선포하고 ④1월 2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선거인단 투표 완료 전에 숨질 경우 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게 바람직하나 헌법상 선거인단은 그럴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닐 박사는 “예를 들어 선거인단 일부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숨진 만큼 (부통령 당선인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통령 당선인까지 숨질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닐 박사는 “이런 불상사를 해결하려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의 유고 시 자리를 승계할 ‘대기 후보’를 함께 지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거인단 투표 이후 미 의회의 공식 집계 전 과반수 득표 후보가 숨졌을 경우도 논란거리다. 일부 학자는 이 경우에도 부통령 당선인이 승계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원 관계자들은 대부분 “선거인단이 투표를 완료한 만큼 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인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에도 그가 지명한 내각이 상원의 인준을 받기 전 숨졌을 경우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닐 박사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 의회에는 ▶ 공화·민주당은 대통령·부통령 후보 유고에 따른 대체 후보 선출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 취임 시까지 새로운 내각의 인준이 완료되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골자의 법안 두 가지가 제출된 상태다.

특히 이들 법안은 9·11 같은 대규모 테러로 대통령과 부통령은 물론 각료들까지 유고를 당하는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직 승계 주체로 주요국 대사 5명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부통령-하원의장-국무장관-각 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승계 순서 뒤에 주 유엔-주 영국-주 러시아-주 중국-주 프랑스 대사가 새롭게 자리잡게 된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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