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2군 MVP 강수일 ‘편찮으신 어머니께 영광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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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로 어머니(강순남·61)께 효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강수일(21·사진)에게 어머니는 그가 축구를 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다. 그는 23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프로축구 2군 리그 결승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3-2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은 1, 2차전 합계 4-2로 우승했고, 그는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이날 그의 어머니는 몸이 아파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상을 안겨줄 생각에 그의 표정은 한껏 상기됐다.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고 칭찬받을 생각에 들뜬 초등학생 같았다.

강수일은 혼혈 선수다. 주한미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의 성공과 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인 병수발 등 온갖 힘든 일을 했다. 그러면서 잔병이 쌓였고, 이날은 다리가 아파 경기장에 오지 못했다. 어머니는 “경기장에 못 가 미안하다. 잘 하고 오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고, 강수일은 그런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늘 “언젠가 미국 프로풋볼(NFL)의 하인스 워드처럼 성공해 어머니를 편히 모시겠다”고 말한다. 2군 MVP는 그가 말하는 성공으로 가는 출발점인 셈이다.

인천은 강수일의 활약에 잔뜩 고무됐다. 구단은 그를 ‘제2의 이근호(대구FC)’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수일 본인도 이근호를 보며 성공 신화를 꿈꿨다. 이근호는 인천 2군에서 뛰던 2006년 MVP를 차지했다. 그때 변병주 감독의 눈에 띄어 대구로 이적해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1군 무대를 누비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결국 태극마크까지 단 이근호는 현재 ‘허정무팀’의 대표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강수일은 “국가대표팀에서 잘하고 있는 (이)근호 형을 보면 자극이 된다. 형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이근호에 비한다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그는 “아직은 볼 컨트롤이 미숙하고 골 기회가 날 때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장외룡 인천 감독은 “(강)수일이는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이 좋고 발재간이 뛰어나 일대일 돌파에 강하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강수일의 꿈이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1군에 잠깐 올라가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꿈을 위해서는 당당한 1군 멤버로 자리잡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출발했던 이근호처럼.  

인천=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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