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 위기에 은행 경영 로드맵 모두들 주춤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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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은행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여러 경영계획이 국제 금융불안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나 표류 중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지분 매각이나 외국은행 지분 인수 절차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국민은행은 당초 ING생명 주식 14.9%를 주당 50만원 선에 ING그룹에 되팔아 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ING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엔 ING생명 지분 5.1%를 주당 54만3000원에 팔았다.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은 올 6월 취임 당시 “외환은행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확보 차원에서 연말 안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4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팔겠다”고 밝혔다. KB지주는 자회사 주식 교환을 통해 얻은 1850만 주(5.2%)는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하고 자사주로 취득한 1684만 주(4.7%)와 주식매수청구로 보유하게 된 3826만여 주(10.7%)는 3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6개월 내 처분해야 하는 물량만 먼저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3분기에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이행약정(MOU)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제 금융시장 경색 이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면 MOU 5개 항목 중 총자산순이익률(ROA·은행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중국 길림은행 지분 19.67%를 21억6000만 위안을 주고 확보하기로 했으나 최종 지분 인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수금액도 계약 당시 32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게다가 환율 관련 파생상품인 피봇 계약을 맺은 태산엘씨디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상당 규모의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특별취재팀=남윤호·김준현·안혜리·김원배·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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