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왕세자는 12일 시작하는 유럽 방문을 앞두고 "왕세자빈인 마사코(雅子.40)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동행을 못하게 돼 뒷머리가 땅기는 기분"이라며 "(주변에서) 마사코의 경력이나 인격을 부정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왕세자는 또 "마사코가 외교관 일을 포기하고 왕실에 들어와 국제 친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 했지만 좀처럼 외국 방문이 허락되지 않는 점에 큰 고뇌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처럼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기는 전례없는 일이다.
마사코 왕세자빈은 지난해 12월 스트레스에 의한 대상포진으로 한때 입원한 후 현재 장기 요양 중이며 모든 공식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다.
왕세자빈은 어릴 적에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모스크바.뉴욕 등지에서 생활했으며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86년 외교관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영국 유학을 거쳐 90년부터 외무성 북미국에서 근무하던 중 93년에 결혼했다.
일본 언론은 11일 "왕세자의 강경 발언이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몸 관리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궁내청(宮內廳.왕실담당 부처)의 주장에 따라 왕세자빈의 뜻이 관철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