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자전거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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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는 자전거 관련 단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이 돼 있는가 하면, 주로 자전거를 모으고 다닌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전거 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곳곳에 자전거 보관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자전거를 버려두는 사람도 늘어가는 실정이다.
깨끗하게 만들어진 자전거 보관대에는 오랜 시간 찾아 가지 않아 버려진 이른바 ‘폐자전거’들이 수두룩하다. 심하게 녹슨 자전거들이 자전거 보관대를 흉물스럽게 만들고 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수도권 지역에만 방치된 자전거만 20만대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아무 쓸모 없는 고철 덩어리가 된 자전거들도 있지만, 약간의 수리과정만 거치면 아무 어려움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들이 대부분이다. 폐자전거는 고철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폐자전거 한 대를 고철 값으로 따지면 500원에 불과하다. 적게는 10만 원 대,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자전거들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폐자전거를 수거해 고양시에 위치한 자전거 수리 작업장에서 수리를 하고 있다. 자전거 수리는 일정기간 교육을 받은 노숙인과 고령자가 주로 담당한다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는 버려진 자전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을 한다. 자전거를 말끔히 손질해 소년소녀가장, 고아원 어린이, 도서산간벽지에서 1~2시간 이상씩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게 이들의 몫이다. 고양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나눠주고, 시흥 지역 노인을 위한 생활용 자전거를 기증한 이들도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였다. 전국지역아동센터 공부방협의회를 통해서 순천, 평택, 청주 등의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뿐 아니라 30개월의 임금을 모아야 겨우 자전거를 한 대 살 수 있는 북한, 러시아, 중국 어린이들에게도 재활용 자전거를 보급하고 있다.

폐자전거가 새 자전거 못지않게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됐다. 이들 자전거는 저소득층 아이들과 해외 어린이들에게 보내지게 된다.

이밖에도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는 자전거 무상점검뿐 아니라 실비수리 사업까지 다양한 자전거 활동을 펼치고 있다.

tip. (사)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 (www.lovebike.kr)
자전거 무상점검. 수리센터. 문의) 02-745-9028

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charity19@joongang.co.kr

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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