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1400여 업체 몰린 '입점 박람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 2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초청 박람회''에서 롯데마트 바이어와 중소기업 직원이 납품 상담을 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학교 운동회에서 팔던 완구를 할인점에 납품하고 싶다."(완구업체 직원), "물건은 좋은데 할인점에서 팔긴 가격이 좀 비싼 건 같다."(할인점 바이어)

27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 3층에서 열린 '중소기업 초청 박람회'의 한 장면이다. 이 행사는 할인점 롯데마트 측이 우수 중소업체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1400여 개. 20여 개 부스에 나눠져 진행된 상담 열기는 뜨거웠다.

완구업체 '오스카'의 박준형씨는 "어린이용 헝겊 책을 팔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며 "바이어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개적으로 납품 상담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와 상담한 양우석 바이어는 "우리 매장에 없는 제품이어서 박씨의 제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중소업체들도 이런 행사를 반기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보성전자의 안영현씨는 "현재 대리점만 운영하고 있는데 할인점에서도 물건을 팔고 싶어 롯데마트의 행사장을 찾았다"며 "다른 경쟁업체들이 할인점에 납품하는 조건 등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할인점들이 중소업체 제품 찾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방 중소업체들의 판로를 뚫어주고 할인점 판매 상품의 구색도 보강하자는 취지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할인점으로 쓸 만한 부지가 별로 없어 점포 확장도 쉽지 않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매장의 매출을 올리는 게 살 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을 많이 들여오면 싸게 팔 수 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상품을 찾는다"며 "가격 인하 경쟁만으로 할인점이 성장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마트 행사를 시작으로 이마트.홈쇼핑 연합회 등이 연이어 대규모 상담 이벤트를 연다. 바이어가 직접 행사장에 나가 물건을 살펴보고 가격 협상도 벌인다. 롯데마트는 이번 박람회에서 상담을 거친 업체가 내놓은 제품을 선정해 7월 매장에서 '중소기업 신상품전'을 열고 여기서 매출 실적이 좋은 제품만을 골라 롯데마트 전 점포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롯데마트 노병용 전무는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이 유통업체의 경쟁력"이라며 "업체 선정 과정도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이 행사를 매년 두 번씩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이마트도 6월 중소업체와의 대규모 상담 행사를 연다.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국산 상품을 많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