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폴란드의 노벨문학상 4번 수상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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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인구 약 4천만,해외동포 약 1천만명으로 우리와 인적 규모가 매우 흡사한 폴란드가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주변 강대국에 의한 강점기가 1백년 이상 지속되었으면서도 코페르니쿠스와 퀴리 부인,쇼팽을 배 출한 문화대국이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국이라 해서 친근감을 느끼는사람도 많은듯 하다.폴란드 같은 작은 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네번이나 나왔다면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정치적 배경이 있거나 강대국 중심의 선정이라는 분석으로는 해명되지 않는다.대부분은 반체제나 정치성과는 거리가 먼 순수문학 뿐이다.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폴란드 국민은 한번도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에 무조건 기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더좋은 작가나 시인이 있다고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인 적도 있다.쉼보르스카가 『나보다더 훌륭한 시인이 많은데…』라고 말한 것도 단지 겸손만은 아니다. 필자는 폴란드의 잇따른 수상 비결은 문화인프라에 있다고 생각한다.전국 지방마다 수십년 전통의 문예지들을 갖고 있고 그권위가 세계 각지의 유명 도서관과 대학이 구입해갈 정도다.세계학계에서 공인받은 문예지도 그 수가 러시아를 능가 한다.또하나는 번역 강국이란 점이다.국립 바르샤바대학 국문과에서는 번역을통해 세계 모든 지역의 문학이 연구되고 있다.상대적으로 폴란드문학도 슬라브권에서 러시아문학 다음으로 많이 번역,연구되고 있다.필자는 가끔 『러시아문학 교수가 어떻게 폴란드문학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한 학문을 파기에 앞서 주변학문을 함께 연구하는 것은 국제적 관습이다.우리는 이제까지 「한 우물 파기」식 학문체계에 만족해온 것이 아닌가.
최건영 교수 연세대.폴란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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