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소수의견 비공개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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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14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11일 오후 방송사에서 현장 중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

"큰 부분은 거의 결정됐고, 다듬는 작업만 남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주선회(周善會)재판관은 11일 퇴근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일부터는 특별히 (재판관들이 모여) 평의를 할 일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의 합의가 이미 끝났고, 결정문 작성도 대부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周재판관은 또 "이제 남은 절차는 결정문의 문구 수정 정도"라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14일 결정을 선고하고 방송사의 TV 생중계를 허용하는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영철(尹永哲)소장과 周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비공개로 할 것이란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선고 때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피해갔다.

헌법재판소법(제36조)은 "위헌, 헌법소원, 권한쟁의 심판 등에 관여한 재판관은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근거로 헌재는 위헌심판 사건 등에서 최종 결론과 다른 의견(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이름과 그 주장을 결정문에 정확하게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 사건'은 이 규정에 빠져 있다.

소수의견이 공개되는 것을 반대하는 헌재 관계자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대통령을 파면시키지 않을 경우에도 굳이 소수의견을 공개해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고 국론까지 분열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는 소수의견을 정확히 공개할 경우 해당 재판관들의 신변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현실론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은 공개해야 한다"는 법조인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이석연 변호사는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 재판의 신뢰성과 중립성에 중대한 손상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사법권 불신으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사건 소추위원 측과 변호인단 역시 본심은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소수의견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소추위원 측의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은 "재판관들은 역사적인 심판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마땅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도 "국가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대사안인 만큼 재판관이 자신들의 의견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실무진에서도 소수의견 공개 불가피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일부 헌재 연구관들은 "비록 탄핵심판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결정문에 소수의견이 분명히 포함돼야 한다"며 "이는 헌재의 존립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갑론을박 때문인지 周재판관은 "섬세한 부분은 선고 때 봐야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에 따라 헌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탄핵 여부에 대한 재판관들의 찬반숫자 분포와 이들의 이름을 결정문에 포함시키지 않고 소수의견 내용만 공개하는 '절충형' 소수의견 공개방식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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