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 속내 읽자" 6國 잇단 양자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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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11일 중국 공안들이 임무를 교대하면서 동료와 잠시 대화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핵 관련 6자회담 실무회의 중 북한과 단독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AP=연합]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한국과 북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6개국의 탐색전이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본격 시작됐다. 각국 대표단은 이날 하루종일 숨가쁘게 움직였다. 한두 시간 단위로 잇따른 양자접촉을 하고 상대방의 의중 살피기에 골몰했다.

한국 대표단도 북한을 제외한 모든 참가국과 릴레이 실무협의를 했다. 중국 외교부 초청 만찬장에서는 북한 대표단과도 비공식 접촉을 했다. 회담 관계자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요점만 얘기하는 논의방식에 각국이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특히 일본은 중국 측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비공식 브리핑까지 실시해 중국 측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6개국은 이날 사전협의를 통해 중국 측의 제안에 따라 일단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와 '이를 위한 첫 단계 조치' 등 두 가지 주제를 놓고 12, 13일 전체회의에서 집중토론을 벌인 뒤 향후 일정을 재조정키로 잠정 합의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어차피 북.미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 존재하는 만큼 굳이 에둘러 논의할 필요 없이 곧바로 쟁점토론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방식과 북측이 바라는 '동결 대 보상'안을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틀간 각국이 속내를 모두 털어놓다 보면 무엇이 진짜 쟁점이고, 어디에서 접점이 찾아질 수 있을지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다. 이날 오전 북한 대표단이 입국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도 200여명의 각국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이근 수석대표 일행은 도착한 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2층 국내선 출국장을 통해 몰래 빠져나갔다. 중국 측이 회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달라고 특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데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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