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상원 중진들 도전자추격에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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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상원 중진의원들이 도전자들의 기세에 적잖이 흔들린다.유권자들이 지나친 보수나 진보를 모두 외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보수와 진보를 적당히 나눠갖고 일찌감치 재선을 굳혀가는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처지와 대조적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5선에 도전하는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전 샬러츠빌 시장인 흑인 하비 갠트의 약진에 고심중이다. 두사람은 6년전에도 맞붙었고 당시 표차는 6%미만이었다.위기의식을 느낀 헬름스는 갠트가 소수인종임을 내세워 연방정부로부터 불공정한 혜택을 입었다는 TV광고를 대대적으로 방영하며궁색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버지니아주 출신으로 4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존 워너 의원은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남편이다. 인기도는 도전자 마크 워너를 크게 앞지르고 있으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으로 대변되는 공화당의 극우 보수성향과는 거리를 둔 중도입장을 강조하며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현역의원으로 진보성향의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출신 상원의원이 민주당내에서는 가장 고전한다.공화당출신 주지사 윌리엄웰드의 도전을 받고 있는데 두사람 모두 각당의 대선후보감이라는이유 때문에 각별히 주목받고 있다.
2년전 「미국과의 계약」을 앞세워 공화당의 압승을 이끌었던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등등하던 기세도 예전같지 않다.
막강한 재력이 뒷받침하는 마이클 코울스의 끈질긴 도전을 마냥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깅그리치가 출판계약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걸 의회에서 자체조사중인 사실을 들먹이는 도전자의 도덕성 시비가 유권자들에겐꺼림칙한 여운을 남겨 깅그리치를 불안하게 만든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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