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慘死 세딸잃은 정광진씨 13억원기증 맹인장학재단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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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때 세딸을 잃은 정광진(丁廣鎭.59.사진)변호사가 13억여원을 기증해 맹인이었던 큰 딸 윤민(允敏.당시 29세)씨를 기리는 맹인장학재단을 설립해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丁변호사는 참변을 당한 세딸에 대한 보상금 7억원에 자신의 소유 경기도의왕시 땅(공시지가 6억5천만원)을 보태 「삼윤장학재단」을 설립,최근 큰딸의 모교이자 첫 직장이었던 서울맹학교(교장 金長鉉.63)에 기증했다.서울맹학교는 5일 오후 교정에서재단설립 기념비 제막식을 갖는다.
丁변호사는 재단설립 취지문에서 『맹인 학생들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을 봐왔습니다.삼윤장학재단은 특히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고 밝혔다.장학재단 이름「삼윤」은 삼풍참사 당시 숨진 큰딸과 둘째 유정 (裕靜.28),셋째 윤경(允卿.25)씨등 세딸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丁변호사가 맹인 학생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한 것은 큰딸 윤민씨에 대한 가없는 사랑 때문이다.태어날땐 정상이었던 윤민씨는5세때 한쪽눈의 시력이 흐려지기 시작,12세땐 양쪽눈을 모두 볼 수 없게 됐다.丁변호사는 큰딸의 시력을 찾아 주기위해 돈을벌자는 생각으로 15년동안 천직으로 알았던 판사 생활을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족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딸의시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그래도 윤민씨는 좌절하지 않고 88년 미국 버클리대 유학길에 올라 석사학위를 취득,자신처럼 불우한 삶을 살고 있는 맹인들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해 서울맹학교에서 1년동안 교사로 근무하다 참변을 당했다.
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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