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공조 산파役 미국 캠벨 부차관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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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미간 시각을 조율하고 군사 공조체제를 강화한데 의의가 있다.
조율이 함축하는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며,공조의 연결고리는 연합훈련 강화다.북한 무장공비 사건이후 새나■ 양국간 불협화음은 일단 해소된 셈이다.
대북 유화 정책의 테두리속에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점을 둔과거의 SCM과는 질도 다르다.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의 입장은「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한다」「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에대해 북.미간 협상은 고려될 수 없다」는 공 동성명 표현으로 대변된다』며 연합방위 노력에 관한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국은 군사면에서 확실한 대북 억지중심의 새 전략으로 방향을선회한 것이다.양국이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나 대잠수함 훈련등을 추가로 실시키로 한 점등은 그 같은 예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연착륙이라는 미국의 대북정책 줄기가 바뀐 것은 아니다.미국이 SCM이 열리기 직전 북한 외교부 이형철 미주국장의 방미를 허용한 것은 이번 SCM의 수위를 고려한북한 달래기 측면이 있다.『SCM과 관련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 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는 관계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본국을 방문중인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이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목소리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즉 남북한을 동시에 「어르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양국이 이번에 쟁점이 됐던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결론을 내지않고 적극 검토하는 선에 머무른 것은 이를 대북 견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북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만큼 향후 북측 태도를 봐가면서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의 「팀」훈련은 80년대와 달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내년 1월까지 재개 여부를 결정해도 내년봄 실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질 경우도 고려한 중장기 안보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로 한 점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중요한 성과다.주한미군의 규모나 지휘 체계 문제등은 그 정치.군사적 중요성 때문에 신중히 논의.검토돼야할 사안인 것이다.
한.미간 중장기 안보 대화는 지난해 3월 미 국방부의 동아시아전략보고서(EASR)에서 나온 새 동아태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반면 북한이 노동1호(사정거리 1천㎞추정)시험 발사를 준비중인 마당에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1백80㎞로 묶어둔 미국의 대한(對韓)미사일 개발 규제문제를 해결치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한국측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수준(사정거리 3백㎞)으로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측이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실무선으로 넘겨 계속 검토하는 선에서 그쳤다.
워싱턴=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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