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문화원 탐방 - 아프리카 문화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워크홀릭의 아프리카 여행 제안, 경기도 포천으로 떠나기!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다. 경기도 포천에는 입구에서부터 아프리카 특유의 원시성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물씬 풍기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문화원이다. 태천만 관장이 아프리카의 예술에 반해 한두 점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아프리카 문화원을 만들었다. 10여 년 동안 아프리카 각 나라를 다니면서 모아온 열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30여 개국 200여 부족의 유물과 현대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크게 3개의 상설전시관과 대형 쇼나 석조각 100여점이 전시돼 있는 야외조각공원, 아프리카인 특유의 춤사위가 펼쳐지는 공연장으로 나눠진다. 전시관 한쪽에는 아프리카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아프리카 민속공예품을 살 수 있는 아트샵도 있다. 100여종의 동물이 박제로 전시될 동물체험관(세렝게티)은 마무리 공사 중에 있어 내년 초 개관을 앞두고 있다.

- 아프리카 가는 길

작은 숲길을 따라 올라가 도착한 전시관 입구에서는 남부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은데벨레 부족 마림바 공연단이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손으로 두드려 내는 소리는 마치 아프리카 대륙을 가기 위해 횡단을 하듯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울려 퍼진다. 통로 한쪽으로는 쇼나 석조각과 목재 두상이 전시관으로의 길을 안내한다. 벽면에는 천 위에 그림을 그려 만들어진 바틱이 아프리카 특유의 문양을 자랑하듯 걸려있다.

긴 통로를 지나 마주한 메인 홀.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닿을 듯 높게 세워진 까만 목조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인 홀 한가운데에 자리한 목조각은 동부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의 유명한 흑단 목조각으로 마콘데 조각이라고 한다. 마콘데는 탄자니아의 한 부족 이름이었는데 조각의 기법이 훌륭해 부족의 이름을 그대로 따 서구인들이 마콘데 조각이라고 불렀다. 마콘데 조각은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고 단단한 흑단목으로 한 작품을 만드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부족은 족장이나 왕이 부족을 다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프리카의 왕이나 족장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을을 수호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대신 마을의 연장자인 장로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중요한 일은 의사결정을 한다. 성인식은 아프리카인이 비로소 남자와 여자를 인정받는 성스런 행사로 성인식을 통과한 남자는 마을을 지키는 비밀결사에 가입하게 되고 여자는 비로소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제1전시관에는 이런 아프리카인의 왕과 족장, 성인식과 출산 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은 물론 난장이족(성인 키140cm)인 피그미족의 배와 노 등이 전시돼 있다.
왕과 족장의 용품 뒤편으로 보이는 사진은 카메룬 품반에 있는 바문 왕궁이다. 왕의 의자는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진짜 왕을 구별해 준다고 한다. 그 부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15대왕 응공고우레셋폰왕이 반란을 일으켜 왕이 되었으나 그 의자에 앉자 30분 만에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2전시관에는 아프리카인들의 각종 생활용구나 결혼용품,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대 쓰던 원시적 무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조상 숭배정신이 매우 강하다. 조상은 단순히 부족의 뿌리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과 현재의 부족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중요한 유품에는 그 방면에서 부족들에게 대단한 일을 행했던 조상의 형상이 조각돼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작품도 있다.

아프리카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것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와 연구자들은 가면이야말로 가장 아프리카적이라고 말한다. 가면은 거의 모든 부족에서 사용한 것으로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한 물품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는 가면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가면 제조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규칙을 어기면 마을에 큰 재앙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3전시관에는 이런 아프리카의 신비함이 묻어나는 가면 500여 점과 목조각,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부드러워 보이는 가면은 농경문화를 가진 대부족들이 주로 사용했던 것이고 무섭게 생긴 가면은 소수 부족이 사용했던 가면이다. 일부 가면은 단부족과 같이 식인을 하던 부족이 사용했던 가면도 있다. 단부족의 식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식인은 아니고 소수부족이 타부족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기 방어라고 한다.

전시장 메인 홀을 나오면 보이는 야외 조각공원에는 쇼나 석조각이라고 불리는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조각이 전시돼 있다. 서구에서 수많은 애호가를 확보할 만큼 제3세계 예술을 대표하는 쇼나조각은 조각하기 좋은 질 좋은 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자연환경과 조각가들의 뛰어난 예술성이 조화된 것으로 아프리카인의 독창성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쇼나조각에는 작품 설명을 거의 부착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인의 삶을 모티브로 하는 쇼나석조각은 작품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박물관측의 설명. 오히려 다양한 돌의 질감을 통해 순수예술의 경지를 체험할 수 있다.

- 역동적인 춤에서 아프리카를 느끼다

아프리카에는 여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이고 독특한 춤이 있다. 춤은 아프리카인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냥, 수확, 출생, 성인식, 결혼, 질병과 치유, 죽음 등 모든 축제나 의식 때는 반드시 춤이 수반되며, 그들은 춤을 통한 신체적인 표현으로 그들의 의사를 진솔하게 나타냈다.
이곳 아프리카 문화원에서는 하루에 세 번 서부아프리카 코트디브와르에서 초청한 아닌카공연단의 아프리카 전통춤을 감상할 수 있다. 총 18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은 모두 20여 가지의 전통춤 실연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매 공연시마다 다른 종류의 춤 4가지가 약 1시간 동안 펼쳐진다. 이 전통춤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현지인조차도 구경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아프리카인의 뜨거운 정열과 진정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공연관람료는 성인 7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아프리카 전통악기와 비즈공예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단, 체험학습 프로그램진행은 20인 이상 시 가능하다.

찾아가는 법: 의정부 구터미널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축석검문소를 지나 광릉수목원 방향으로 아프리카문화원 앞에서 하차, 도보로 5분 거리.
관람시간:

최경애 워크홀릭 담당기자 doongjee@joongang.co.kr

2008.10.2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