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安保 부작용 우려-金대통령 개헌不可 재천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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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 들어온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에게 『내 이야기를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신한국당 총재인 金대통령이 작심한듯 꺼낸 이야기는 『임기중 개헌은 없다.소모적 개헌논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그리고 李대표가 책임지고 의원들에게 이를 주지시키라고 덧붙였다.
金대통령의 발언은 외견상 평소 개헌불가론(不可論)의 반복으로볼 수 있다.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톤과 다르다.개헌논의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金대통령은 李대표등을 통해 『개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개헌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거꾸로 『내년부터내각제 공론화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29일)의 발언까지 등장했다.
신한국당 대선주자들도 개헌에 대한 소신을 피력해 개헌론은 후계문제와 맞물려 정치권에 미묘한 분위기를 낳았다.
청와대는 이런 양상들이 임기후반의 관심사인 권력관리 문제에 나쁜 영향을 줄까 신경 썼다.더구나 金대통령이 고심하는,안보와경제를 두축으로 한 국정운영구도를 헝클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걱정했다.
金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헌불가를 재천명한 것은 이같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필요성 때문으로 청와대측은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행 단임제에 의한 정권재창출이라는 기본 구도를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는 개헌론에 대해 『金대통령의 정치행태와 철학을 알지못한 데서 나오는 추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분명한 표현을 담아서 한 발언은 지킨다.임기중 칼국수를먹겠다,돈을 받지않는다는 약속같이 개헌불가도 확 실히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각제의 가설(假說)인 퇴임후 정치적 영향력 유지문제에 대해또다른 관계자는 『권력의 생리에서 보면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4년중임제 문제를 거론했던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金대통령에게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는 金대통령의 발언으로 개헌논의가 상당기간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고 기대하고 있다.또한 여권(與圈)내 대선주자들도 청 와대의 눈치를 보고 조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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