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3 카운터 테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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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해 5월 음악의 도시 빈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그곳에서 가장 크다는 레코드숍에 들어서면서 필자는 솔직히 좀 엄숙한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그런데 정작 낯선 여행객을 반긴 것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오 솔레 미오』였 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음반입니다.』 점원이 건네준 앨범에는 「스리 카운터테너」란 타이틀이 붙어있었다.카운터테너라니,옛 음악에서나 나올 법한 남성으로서는 가장 높은 음역을 내는 가수들이 아닌가.
17세기에 크게 번성했던 이들이 「스리 테너」붐을 타고 기발한 착상을 해낸 것이다.영화에서도 기존 영화의 일부를 풍자하는기법이 있다고 하지만 이 음반 역시 크로스오버의 힘을 빌려 「스리 테너」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마리오 란자에 의해 크게 유행했던 『오 솔레 미오』,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중 「마리아」,심지어 비제의『카르멘』중 메조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 「하바네라」를 이들 세명의 날렵한 카운터테너들은 솜씨 좋게 요리해낸다 .
뿐만 아니다.「스리 테너」를 완벽하게 흉내내기 위해 이들은 『마이 웨이』를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특히 세사람 가운데 안드레아스 숄은 자작곡 『백합처럼 흰』을 선보이는데 그 서정적인 흐름이 퍽 아름답다.
목소리의 질은 어떤가.카운터테너니 만큼 부드럽고 고음에 확실한 장점이 있는 반면 중음대 이하에서는 듣기에 따라 어색한 부분도 있긴 하다.아마 앨토와 가장 비슷한 목소리라 할텐데 그 「중성적인」 목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이채로운 경험 이 될 것이다.흔히 영화 『파리넬리』로 잘 알려진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성소프라노 가수)와 카운터테너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전혀 상관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번다는 「스리 테너」의 자장(磁場)이어디까지 힘을 뻗칠 것인가.이미 「스리 베이스 콘서트」(핀란디아)가 나왔고 곧 「스리 소프라노 콘서트」도 나올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재미있는 세상이다.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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