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BA 개성있는 스타.특유의 규칙이 박진감 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외신이나 잡지.인터넷등을 통해 NBA소식을 읽다보면 유난히 많이 만나는 단어가 퍼포먼스(performance)다.「연기.
연주.흥행」이라는 사전의 뜻풀이는 NBA의 본질을 잘 설명해준다.NBA경기는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시나리 오를 대신하는 것은 독특한 경기방식이며 「연기자」인 선수들은 농구언어를 통해 미완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코트 곳곳에서는 서부극의 한 장면같은 숨가쁜 대결이 잇따라 벌어진다.이 대결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NBA특유의 경기규칙들이다.대표적인 예는 존디펜스(지역수비)를 금하고 맨투맨(대인수비)만을 허용한 것.
맨투맨 수비만이 허용됨으로써 팀전술의 비중은 줄고 선수들의 개인기가 승부를 좌우한다.건맨들이 살아남기 위해 신기에 가까운총솜씨를 갈고 닦듯 NBA선수들은 극한까지 기술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곡예사같은 묘기를 연속으로 펼쳐 보이며 골밑을돌파하고 슛을 성공시키는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은 악당들을차례로 쓰러뜨리고 적진에 뛰어들어 금괴와 미녀를 손에 넣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다름없다.
슈퍼스타의 1대1 대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24초로 정해진 공격제한시간이다.패스 몇번에 20초가 훌쩍 지나는 농구에서 24초안에 슛을 던지려면 엄청난 스피드가 필요하다.NBA에서는 종료 수초전 경기가 뒤집어지는 「기적」이 헤아릴 수 없이 자주 일어난다.
이 숨막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녔다.
조던같은 명사수,섀킬 오닐같은 「괴물」이 있는가 하면 160㎝밖에 안되는 난쟁이 스타 타이론 보그스도 있다.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간직한 보통사람들에게 NBA의 슈퍼스타들은 숨이 넘어갈 듯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이들은 NBA에 열광하는 팬들의 이루지 못한 꿈의 상징이자 미국문화를 동경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집요하게 접근해가는 「NBA교」의 선교사들이다.이것이 팬들을 「미치게 하는」 NBA의 본모습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