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공부가 제일 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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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 딸도 골프나 시킬 걸….』 프로골퍼 「슈퍼신인」 박세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그녀는 프로데뷔 6개월만에 상금으로 2억7천9백여만원을 벌어들였다.상금 뿐만이 아니다.삼성으로부터도 앞으로 10년간 30억원을 지원받기로 돼있다.또 광고모델로도 출연할 것이므로 그녀 의 수입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19세 어린 나이에 돈방석에 앉게 됐으니 그녀를 부러워 할만도 하다.그래서 일부 부모들간에 『자식에게 골프나…』라는 말이나오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뭐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말이다.유명 스포츠.연예인들을 얼마간 깔보는데 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스포츠.연예계 유명인사들의 오늘은 거저 된 것이 아니다.우선재능이 있어야 한다.스포츠나 연예계에서의 출세는 노력만으론 어렵다.노력은 어느 수준에까지 올라가도록 해줄 뿐이다.재능은 필수적이다.그렇다고 재능만 있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도 않는다.부단한 자기노력이 필요하다.
박세리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그녀는지난 20일 삼성월드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 마지막날 『이제 4일간의 휴가가 끝났다』며 아쉬워했다.타수 하나하나가 성적과 돈으로 연결되는,피를 말리는듯한 경기가 끝나면 해방 감에 사로잡힐만도 한데 그녀는 반대말을 했다.경기종료는 지긋지긋한 훈련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회기간중에는 드라이버샷과 퍼팅연습 몇번으로 가볍게 몸만 풀면 된다.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그녀는 매일 오전5시30분에 일어나 15층 아파트계단 오르내리기를 5회씩 반복하는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그런 다음 몸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한시간동안 요가를 한다.매일 6㎞ 구보훈련도 한다.또 하루 샷연습 8백회와 6백번 정도의 퍼팅연습을 오후10시까지 반복한다.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박세리는 이같은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왔다.친구 만날 사이도 없었다.
이쯤 되면 『골프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골프 뿐만이 아니다.야구.축구.농구 등 각종 스포츠의 유명 선수들과 인기 연예인들의 뒤에는 항상 엄청난 피땀이 있었다.이들이기울이는 노력은 입시지옥에서 고생하는 수험생 이 상이라 할 수있다.재능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포츠나 연예는 공부보다 밥벌어먹기가 더 힘든지도 모른다.박세리 얘기가 나왔으니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우리나라에 프로골퍼는 남자가 2백10명,여자가 1백19명이다.골프상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연간 받는 상금액수가 1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
대회참가경비.연습비 등 들어가는 돈도 수월찮은 탓이다.올해 이조건을 충족시킨 골퍼는 남녀 각 3명뿐이다.물론 상금 대신 레슨으로 부수입을 올려 생활은 꾸려간다.그러나 연습 대신 레슨을해야 하는 프로골퍼는 그만큼 시간 을 빼앗겨 골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
한편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쉽지 않다.종목에 따라 틀리나 일반적으로 전국규모 대회에서 단체 4위,개인 3위이내에입상해야 한다.시험을 봐서 대학가기보다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중에 스포츠로 생계를 꾸려가려면 소위 스타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또 『장사나 해야지』라는 말도 흔히 한다.위아래 눈치 보며 인사 때마다 가슴죄며 살아야 하는 월급쟁이들의 자조섞인 말이나 그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공부는 IQ가 세자리수만 된다면 노력할 경우 누구나 잘할 수 있다.한해 서울대에 들어가는 학생만 해도 5천명이상 된다.웬만한 대학을 나오면 대체로 월급쟁이가 돼 생계유지에 큰지장은 없다.그래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식을 둔 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네가 다른 것을 하겠다면 해라.그러나 이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고.
(체육부장) 이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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