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器商과검은돈>4.끝."急所 노려라" 포섭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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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휴가는 언제시죠.』 율곡비리가 터진 이후 몸조심하는 담당자들을 배려하는 무기중개상들은 아예 휴가때를 이용한다.물론 외박때도 활용된다.
평소에는 기무사의 눈치보랴,감사원 지적받을까봐 접촉을 꺼리고「고자세」인 상당수의 담당자들도 이때는 나긋나긋해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모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정말 끈질깁니다.
화를 내다 지칠 정도입니다.』여름 휴가지 숙소를 찾 아온 중개상 A씨를 쫓아 보내느라 질색했다는 한 퇴역장성 C씨는 고개를절레절레 흔든다.그 집요함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라는 것.
또 모두가 집중적인 로비대상은 아니다.「급소」만이 우선적인 공략대상이다.각군의 소요제기에서부터 기종결정.가격협상까지 40여개의 과정을 거치는데 흐름을 읽고있는 중개상들은 핵심 부서및요원에게 전력투구하는 것이다.「건」마다 다르지만 아래 실무자선은 「딴소리」를 안할 정도로 다독거려 두고 결정권자를 잡으려 드는 것은 일반사회의 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달본부에 있다 2년전 대령으로 예편해 무기중개상으로 일하는L(52)씨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개상들은 2백명내외』라면서『유사 품목별로 따져보면 경쟁상대가 누군지 뻔하기 때문에 서로조심하며 접근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치 않다』 고 했다.
수천만달러가 넘는 덩치 큰 사업이냐,자그마한 건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중개상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로비를 벌이는 첫번째 대상은 대개 무기 소요를 제기하는 일선부대와 각군의 교육사령부다. 무기요구성능(ROC)담당자도 주요한 로비대상임은 말할 나위없다.무기라는 특성때문에 논리는 세우기 나름이다.아닌 말로 특정 업체를 봐주려 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ROC를 특정업체의제원.성능에 가깝게 만들면 그뿐이다.다른 점이 우수하더라도 ROC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ROC에 맞추기 위해 기본설계.생산설비를 고쳐야 하는 경쟁업체는 상승한 생산원가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그런 만큼 군수업체나무기중개상들이 자신에 유리하게 R OC를 만들기 위해 합참등을대상으로 열을 올린다.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 의혹의 하나로 불거진 경전투 헬기사업은 한 예다.5공때 착수된 대우의 경전투헬기는 ROC의 항속거리 규정에 불합격됐다.거기에다 이를 적극 추진하려는 군내의 인사도 없어 사업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결국 李전장관때 ROC의 항속거리 부문을 완화하고 체공(滯空)시간을 강조하는 쪽으로 수정하는등의 작업이 추진되면서 소생했으나 권병호(權炳浩)씨의 3억원 수뢰 폭로로 사업은 물론 여러 사람을 파멸로 이끌었다.국방부는 ROC의 수정과 함께 당초 80대 생산계획으로 시작된 이 사업이 12대로 줄어드는 대신 다목적 헬기사업권을 얹어주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획득방법 결정」에서는▶국산화▶연구개발▶기술도입▶해외직구매중한가지를 결정해야 한다.군은 방산업체 가동률과 국내 기술축적등을 이유로 국산화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국산화로 결정되면 무기중개상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李전장관이 權씨에 게 써줘 문제가 된 F-16전투기 고장자동감별장치인 CDS건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산화됐기 때문에 해외 직구매가 불가능해졌고,여기에서 틀어진 權씨가 李전장관을 물고늘어지는 사태로 발전한 듯하다.
해외직구매로 결정되면 무기중개상들은 군당국과 가격협상에 들어간다.무기중개상들은 경쟁업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조달 담당자들을 「설득」한다.
마지막 단계인 「기종결정」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무기중개상들은 평가요인과 그 요인의 중요도 결정에 머리를 싸매고 달려든다.자신의 무기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도록 평가요인의 중요도를 높이면 채택될 가능성이 커진다.최저가격을 제시한 무 기가 채택되는게 일반적이지만 가격만이 결정요인은 아니다.고도의 무기인 경우는 중요도를 결정하는 논리에 따라 입찰결과가 좌우되기도 한다.그래서 자사의 논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당국자를 포섭하느라 기를 쓰는 것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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