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출가-여자가 시집을 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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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嫁는 여자(女)가 남자의 집(家)으로 가는 것,곧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다.개가(改嫁).전가(轉嫁)가 있다.반면 남자가「장가가는 것」은 「娶」(장가들 취)다.남자가 「여자를(女) 취한다(取)」는 뜻이다.
곧 出嫁라면 「여자가 시집가는 것」으로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말이 있다.흔히 스님이 속가(俗家)를 떠나 불문(佛門)에귀의(歸依)하는 것도 「출가」라고 하지만 이 때는 「出家」로 표기한다.嫁와 娶에서 보듯 두 글자는 모두 남성 우위시대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수차 언급한 바 있듯이 인류는 본디모계사회(母系社會)로서 여성상위시대였다.곧 인구가 적었던 당시에는 여자의 출산 능력이 중시되었던 탓이다.성씨(姓氏)의 「姓」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래서 결혼한 남자는 여자쪽 성을 취했는데 이 때문에 인류 초기의 성(姓)은 모두 女변을 하고 있다.희(姬).요(姚).사(사).매(媒).강(姜)등….
그러나 후에 남성의 힘과 생산력이 필요한 때가 되자 차츰 남성의 지위가 격상돼 마침내 남성우위시대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 때는 여자가 남자의 성을 따르게 되어 氏가 나타나게 된다.곧 姓은 모계사회,氏는 부계사회의 산물이며 姓이 본류 (本流)라면氏는 지류(支流)인 셈이다.
여기에는 우(禹)임금의 아들 계(啓)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그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앞장서 싸웠다.이렇게 보면 그는 중국 최초의 남권운동가였던 셈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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