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17. 열린우리 박명광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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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박명광 당선자(비례대표)는 스스로 "나이(59)에 비해선 훨씬 변화 지향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교인 경희대에서 학생처장.기획실장.대학원장.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섭렵하면서도 보직교수의 전형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젊은 교수들이 시국선언 등을 준비할 때 그는 말리기보다 "한번 해보라"고 격려하는 편이었다. 운동권 출신들에겐 은근히 후견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함운경(서울대)씨 등 다른 대학의 운동권 간부들까지 그를 따랐다. 그러면서도 정치.사회운동의 전면에 선 적은 없다. 그런 朴당선자가 2003년 자기 이름을 내걸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 때문이다.

그해 3월 朴당선자는 安씨와 서울 마포의 한 소줏집에서 마주앉았다. 함운경씨의 소개였다.

당시 민주당 신주류와 함께 신당 추진작업을 하던 安씨는 단도직입적으로 朴당선자에게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신당의 간판이 돼달라는 요구였다. "왜 나냐고 물었더니 정계에 몸담은 적이 없어 신선하고, 경제학자 출신이라 건전한 보수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리고 (386 출신 운동권과) 코드가 통한다나요."

그래서 朴당선자는 '범개혁신당 추진운동본부'의 공동대표를 맡아 열린우리당 창당의 산파가 됐다.

당시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이 이 그룹의 주축이었다. 朴당선자가 당내에서 친(親)개혁당 인사로 분류되는 이유다.

朴당선자는 "당내 젊은 인재들을 계속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柳의원 등 개혁당 출신 소장파가 결성키로 한 '참여정치실천연구회'대표도 맡을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때론 (소장파들을) 혼도 내겠다"고 했다. 진정한 후견을 위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는 당권파와도 가깝다.

지난 1월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선 정동영 후보 측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래서 여러 정파가 혼재된 열린우리당 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기대다. 그도 "지나치게 개혁적이어서 앞으로만 나가려는 사람들, 경륜만 지향하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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