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랙 먼데이' 명암…주가 반토막 난 종목 속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10일 증시에서는 '블랙 먼데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올랐던 일부 우량주가 며칠 사이 50% 가깝게 폭락하는 낙폭 과대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저가매수를 추천하고 나설 정도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1년간 증시에 참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증시가 과열될 때마다 뒷북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이 그만큼 조심한 덕에 이번 폭락장세에서 피해를 줄인 것이다.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면서 주가가 고가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 11월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주 가운데 주가 하락폭이 큰 대형주 20개를 선정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시가총액 상위 100위 종목 가운데 올해 주당 순이익(EPS)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만 골랐다.

대우조선의 경우 최근 고점인 지난해 11월 10일 1만8700원에서 5월 10일 1만200원으로 45.5%나 떨어졌다. 삼성테크윈.호남석유.한화석화.외환은행.현대오토넷.현대중공업도 최근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 밖에 대우종합기계.현대상선.한진해운.팬택앤큐리텔.동국제강.LG화학.삼성중공업.대우건설 등도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계산됐다.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 김미연 대리는 "미 증시 약세와 중국 쇼크, 유가의 고공행진, 외국인 순매도 등 대내외 악재를 돌릴 만한 모멘텀을 찾기 힘든 만큼 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이미 지난해 9월 이후 전체 상승폭의 50%에 가까운 가격조정을 받은 상태며, 하락 종목 비율이 80%를 넘는 등 상당수 종목이 경험적으로 반등이 가능한 권역대에 근접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이원선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수급이 무너지면서 낙폭 과대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며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두고 저가 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李연구위원은 지난 5월 7일 주가 기준으로 업종 평균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과 최고 PER에 비해 현재 PER가 낮은 종목들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업종 평균에 비해 PER가 낮은 거래소 종목으로는 한국프랜지공업.웅진닷컴.하이닉스.동국제강.삼영전자.현대미포조선 등을 꼽았으며, 코스닥에서는 능률영어사.인터파크.프리엠스.인탑스.코메론 등이 포함됐다.

현재 PER가 낮은 종목으로는 거래소에서 고려아연.KEC.한국프랜지공업.한진해운.현대중공업 등이, 코스닥에서는 프리엠스.서울반도체.레인콤 등이 거명됐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 개인 그나마 손해 덜 봤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의 칼날을 피했다. 자의반 타의반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이 주도한 상승장에서 주식을 사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외국인의 폭발적인 순매수 공세로 오름세를 타는 동안 개인은 꾸준히 순매도로 일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외국인은 11조원가량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782에서 938까지 15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시장에는 개인들이 열매를 맛보지 못 한 채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흥증권 이필호 리서치팀장은 "과거 850선 이상에서 끝물을 타다 크게 손해를 본 경험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들어오지 못한 것"이라며 "주가가 고점에 임박했다고 판단해 투자를 미룬 개인들의 판단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10일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진 점을 감안하면 지수가 900선을 넘나들던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줄기차게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손해를 봤지만 적극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운 개인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셈이다.

종합주가지수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지난달 26일 이후에도 개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달 26일부터 10일까지 1조4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같은 기간 순매도한 물량(2조56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과거처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무턱대고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동원증권 양은정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았다 낭패를 본 학습효과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최근 유입된 개인의 매수자금은 낙폭과대에 따라 '치고 빠지기'를 노리는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간접상품 시장에서도 개인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6일까지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176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증권사 지점 영업직원은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펀드관련 문의가 늘고 있지만 가입은 머뭇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