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건방진 게 딱 내 모습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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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건방지다. 그런데 밉지 않다. 그와 마주하고 있으면 오히려 한없이 즐겁다. '엽기적인 그녀'의 어수룩했던 그, 차태현(28) 얘기다.

한국 밖에서까지 인기를 얻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의 성공 이후 곧 개봉할 '투 가이즈'까지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온 그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다음달 16일 방영 예정인 MBC 수목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연출 이관희.극본 김의찬 등)에서다.

'줄리엣의 남자'(SBS) 이후 4년만의 드라마 출연인 데다 발리에서만 50일 넘게 촬영하는 등 장기간 해외 로케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고르기까지 특별한 결심이 필요할 법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내뱉은 답은 역시 차태현다웠다.

"캐스팅 제의받았을 때 첫눈에 '아! 이거다'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드라마가 다 거기서 거기죠 뭐. 드라마를 하려고 해도 번번이 영화랑 겹쳐 못했을 뿐이에요. 이번엔 워낙 일찍 캐스팅 제의를 받아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었고요."

그는 리조트 재벌의 외아들인 '황태자' 권희 역을 맡았다. 나중에 이복형으로 밝혀지는 승현(김남진 분)과 리조트 직원 유빈(성유리)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권희는 아무 때나 황태자 티를 내며 건방떠는 캐릭터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어벙하면서 한 여자에게만 지고지순한 '머슴'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화면 밖의 차태현처럼 귀엽고 유쾌하게 건방지다. 비슷한 역할의 반복이라 혹시 식상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는 그늘 있는 반항아로 나왔던 '햇빛 속으로'(MBC.1999년) 촬영 당시 스스로 못 견뎌서 감독에게 "나 좀 풀어달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우울한 역할은 하기도 싫을 뿐더러 대중들도 나에게 울적한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연기는 어차피 평생을 해야 하는데 조급하게 지금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혼하면 그때 할 수 있는 역할이 또 무궁무진할 것"이라면서 "우리 영화는 지금 내 나이에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다. 이런 점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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