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司正태풍 비켜간 이양호씨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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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 감옥에 있는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부속실장은 현 정부 「칼국수개혁」에 노골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인물이다.참으로 당혹스럽게도 현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군개혁에 대해서도 큰 흠집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민정부 들어 군의 핵심 수뇌부로 등장한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은 무기거래상에게 국방의 중요 사실을 적어주었고 자신의 총장진급을 위해 자존심을 깔아뭉개면서 로비를 일삼은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공군참모총장이 되기 위해 인사청탁한 것은 92년 6공때의 일이라 일단 접어두자.그러나 그가 일개 무기상인의 협박에 시달려 국방정보를 누출한 것은 사정의 칼날이 서있던 94년 8월,개혁정부에서의 일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우리네 금언이 있다.
국방장관이라면 누구보다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이 무기상인일 것이다.오랜 친분관계여서 만나게 되더라도 나라의 무기구매와 관련한 내용은 의식적으로 회피하는게 기본 자세다.
더구나 그가 합참의장-국방장관으로 승승장구하던 시기는 현 정부의 사정태풍이 한창이었다.군인사비리다,율곡비리다 해서 수많은별들이 투옥되고 법정에 서는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때였다.
「새 군인」의 대표인물로 발탁된 그는 새로운 군인상의 모범을보이고 부하들의 잘못에 엄정한 기율로 감독해야 마땅하다.그런 그가 거꾸로 무기상인과 만나 군의 장비구입 계획이 어떻다느니 하는 메모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다시 몰락하는 원로 군인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비리구조의 깊이와 개혁의 한계를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김현종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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