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1호선' 2년넘게 무사고 운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처음 선보인 것은 94년 5월14일의 일이다.꼭 2년반 전이다.91년 소극장 「학전」을 오픈,주로 대관과 라이브음악 공연을 하던 김민기는 「우리의 정서가 녹아있는 뮤지컬」을 목표로 처음 뮤지컬의 자체 제작 .연출에 손을 댔다.
대학시절 마당극에 심취했고 70년대말엔 「노동뮤지컬」이랄 수있는 이른바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작곡하는등 꾸준히 「노래극 운동」을 펼쳐온 김민기가 뮤지컬과 만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이 아닌 외국작품이어서 세간의 곱지않은 눈총이 따랐다.이때 그는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적 음악극」을 향한 우회노선으로 이 작품을택했다』고 「해명」했다.
그가 쇼에 가까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다른 「대안 뮤지컬」로선택한 『지하철1호선(Linie 1)』은 독일 베를린 「그립스테아터」 작품이다.소극장 「그립스」는 68년 좌파 학생운동권의일부가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진보적 연극집단이다.86년 초연된 이 뮤지컬은 요즘도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이 극단의 고정 레퍼토리다.
좌.우파의 대립과 갈등,외국인 노동자,노인문제등 통일이전 「서베를린」의 사회문제를 부각시킨 이 작품을 김민기는 우리 실정에 맞게 완전 개작했다.음악도 새롭게 짰다.
독일판은 지방공연 온 록밴드 가수와 그에 반해 서베를린으로 찾아오는 시골처녀의 이야기다.반면 서울판에서는 백두산 관광단의일원으로 옌볜(延邊)을 돌던 한 청년을 찾아 서울행을 결행하는옌볜처녀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첫 무대를 나윤선.방은진 더블로 내세웠던 『지하철1호선』은 그동안 출연진의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등 변화가 심했다.그러나 장기공연으로 생긴 노하우와 짜임새로 최근엔 일본 매스컴(아사히신문.NHK)에까지 소개되는 걸작이 됐다.
당초 연극무대에서 싹을 키우던 방은진은 이 작품을 본 임권택감독의 눈에 들어 『태백산맥』에 출연하는등 영화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뒷얘기도 있다.
김민기는 이 작품을 「남부럽지 않은 효자」로 친다.극단운영의큰 몫을 이 작품의 공연수입으로 해결,몇몇에게는 2백만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추산관객만도 7만~8만명.올 12월부터는 서울팀과 별도의 팀을 구성해 지방순회공연도 나선다.
또한 『지하철1호선』 후속작품도 준비중이다.역시 「그립스」의92년 작품인 『모스키토(모기당)』를 번안해 박광정 연출로 내년초 올릴 예정.현재 『지하철1호선』은 「학전그린」(763-8233)에서 무기한 공연중이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