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궁서설묘-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를 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환관(桓寬)의 『염철론(鹽鐵論)』은 서한(西漢)시대 소금과 제철의 관할권을 놓고 공무원과 지식인들간에 벌어졌던 토론의 기록이다.의견이 양분되어 조정을 대변한 어사대부(御史大夫.검찰총장) 상홍양(桑弘羊)은 현재의 국가 전매제도를 적 극 찬성한 반면 지식인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토론은 후에 국가 통치방법으로까지 비화되었다.상홍양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엄한 법을 통한 법치(法治)를,지식인들은 예치(禮治)를 주장했다.
상홍양측이 역사적 사례를 들어 엄한 법이야말로 최고의 통치방법이라고 역설하자 지식인들은 진시황(秦始皇)때의 예를 들면서 엄한 법 때문에 민생은 도탄(塗炭)에 빠지고 법을 이기지 못한백성들이 도처에서 궐기(蹶起)해 진(秦)나라는 결국 15년만에망했다고 반박했다.곧 엄한 법보다 인의(仁義)에 의한 통치를 주장한 것이다.그들은 그것을 고양이와 쥐의 관계에 비유해 窮鼠설猫라고 했다.쥐는 고양이만 보면 오금을 못 펴지만 막다른 골목에 처하면 고양이를 물 수도 있 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의 상황을 보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쥐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내우외환(內憂外患)에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오히려 「조작극」이라고 뒤집어씌운다.이 모든 것이 상식으로는 이해 하기 어렵다.마치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하기야 막판에 몰렸으니 그럴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