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최윤희 수원大 교수 "...인터컬처럴PR"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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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국적기업들의 외국 직접투자는 3천1백50억달러에 달한다.
이 수치는 94년에 비해 무려 40%나 증가한 것으로 글로벌경제의 출현을 실감나게 한다.
글로벌경제에서도 문화가 문제되고 있다.세계화는 언어습득만으로끝나지 않는다.무엇보다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하기때문.예컨대 동남아지역을 여행하다 간혹 손으로 식사하는 현지인을 보고 얼굴을 찡그려본 경험이 있다면 세계화 에 대한 대비가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된다.최윤희 수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쓴『세계로 가는 기업의 인터컬처럴 PR』(책과 길 刊)는 세계화시대 직장인들이 외국출장이나 외국인 접촉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문화적 무기」 를 제공한다.제목에 PR가 붙어있지만 내용은 PR에 국한하지 않고 언어.몸짓.공간.시간이용행태.색채등 다방면에 걸쳐 상대외국인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내는요령을 제시한다.문화적 차이를 그릇 이해하는 바람에 실패하게 된 세계 각기업들의 경험담도 풍부해 전문서적에 가까우면서도 딱딱하지 않아 좋다.최교수가 꼽는 글로벌경제시대의 특성은 지리적분산과 다문화주의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기업들도 종업원들이 문화권이 다른 직장동료.고객.파트너들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특별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고유 문화유산을 뛰어넘어 다른 문화권의 차이점까지 이해하 면 세계화시대 문화의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상대방의 문화는 가치관.태도.습관.행동유형.의상등 끝이 없다.항목별로 나눠 나라별로 지수를 제시하고 각 집단과의 두드러진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예컨대 개인주의 지수를 보면 미국과 호주가 각각 91,90이고 한 국과 대만이각각 18,17이다.미국인.호주인과 상담을 벌이는 경우 규정위반은 상대방이 죄책감뿐만 아니라 자존심에 심한 상처까지 입게 되므로 뇌물 따위는 금물이다.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굵직한 실수담을 보면아찔할 정도다.파커사가 잉크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만년필을남미시장에 내놓았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한 예.파커사는 『파커펜은 소비자를 당황하게 하지 않습니다』(To v oid embarrassment,use Parker Pens)라는 광고문구를그대로 옮기면서 「embarrassment」에 해당하는 스페인어에 「임신」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남미지역의 파커펜 광고문구는 『피임을 위해서는 파커펜을 쓰세요』가 된 셈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이 홍콩 첫 취항을 축하하는 뜻으로 아시아인들이많았던 승객들에게 죽음과 재앙을 상징하는 흰 카네이션을 전했다가 손님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새겨들을 만하다.동일한 몸짓이라도 문화권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다르 다.엄지손가락을 집게손가락과 셋째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는 손짓은 포르투갈에서는 상대방에게 행운을 빈다는 뜻으로 통한다.그러나 독일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는 성적유혹의 뜻이 강하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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