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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감시할 새 시스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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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의 지도자들이 세계 경제를 규율할 새로운 시스템을 주장하고 나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심이다. 이른바 ‘신(新)브레턴우즈 체제’다. 1973년 붕괴된 브레턴우즈 체제의 수정판인 셈이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기원은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제 경제질서는 파탄이 났다. 각국은 경쟁적으로 돈 값을 낮춰(평가절하) 국제 통화체제는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44년 44개국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만나 새로운 국제 통화제체 구축에 합의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탄생이었다.

이 협정에 따라 이듬해 12월 창설된 국제통화기금(IMF)이 핵심 역할을 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IMF 체제’라고도 부른다. 핵심은 ‘금 1온스당 35달러’로 정한 고정환율제와 IMF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국가 간 자본통제였다. 배후에는 전후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브레턴우즈 체제는 30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탓에 막대한 재정·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자 71년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 중지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73년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바뀌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전 세계는 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신브레턴우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G8 회동이 다음달 뉴욕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도 “지금이 초기 브레턴우즈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통화·시장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브레턴우즈 창설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경제를 규율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기까지 감시 기능을 제대로 못한 IMF나 세계은행(IBRD)을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도 일고 있다. 기존 질서를 바꿔야 한다는 이런 움직임엔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에 대한 책임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실행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IMF를 개편하기 위해선 대주주인 미국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또 새로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도 구체화돼 있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걸림돌은 획일적 규제를 적용하기엔 지난 35년 동안 세계 금융산업이 너무나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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