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디자인은 생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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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자체 브랜드(PB) 생활용품을 23일 출시할 예정이다. 욕실·주방 제품과 소형 가구 등 이 회사의 PB 상품 디자인은 유명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에게 맡겼다. 비교적 값이 싼 PB 상품에도 디자인을 강화해 제조업체의 브랜드 상품이나 다른 대형마트 PB 상품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영세(사진) 대표는 지난 몇 달간 칫솔꽂이·그릇 정리함 등 50여 ‘사소한’ 상품을 디자인하는 데 푹 빠져 지냈다. 목걸이 일체형 MP3 ‘아이리버 N10’, 디스플레이가 90도 회전하는 ‘삼성 가로 본능폰’ 등을 대표작으로 둔 디지털 디자인의 선두주자인 그가 생활용품으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의 대중화를 위해 보다 대중적인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 대중화를 기술의 진보와 연관지어 설명했다.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디자인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하드웨어가 비슷하면 결국 디자인이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나라를 봐라. 디자인 강국은 모두 선진국이다. 한국이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선 일반 대중도 디자인을 즐기고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아직은 ‘디자인=명품’ ‘디자인=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를 깨야 한다.”

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생활용품 디자인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자인의 본질은 인간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데 있다”며 “좋은 디자인은 보기 좋고, 쓰기 편하고, 만들기 쉬워야 한다”고 정의했다. “제품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넣고, 보석을 박아 꾸미는 것은 ‘화장’이지 디자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름다우면서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실용적 디자인을 소비자들이 체험할 때 비로소 디자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에 내놓는 홈플러스 PB 칫솔꽂이는 ‘디자인 실용주의’의 좋은 예다. ‘십(十)자’ 모양의 입구는 4개의 칫솔을 서로 닿지 않게 꽂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각자의 칫솔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기능 면에서 업그레이드됐고, 간결하고 세련된 아름다움도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디자인한 참기름병(CJ제일제당 백설유 ‘황금 참기름 진’)은 기름방울 모양이 재치있을 뿐 아니라, 병을 기울이는 각도를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로 따르는 양을 조절하기 쉽게 해준다.

25일 출시하는 MP4 ‘이노 S2’는 제품 표면을 고무 재질로 만들었다. 흠집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부드러운 촉감이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디지털기기가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덧씌우는 주머니나 케이스를 함께 판매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예 커버가 필요없는 일체형 제품을 만들어냈다. ‘디자인의 최종 목표는 사람’이라는 김 대표의 ‘디자인(人)’ 철학을 담은 작품들은 30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전시된다.

그는 최근 안경 디자인도 여러 작품 완성했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와 협력해 중소 안경 제조업체들의 디자인을 맡은 것. 그는 “국내 중소기업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이 따라주지 못해 세계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수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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