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회복 불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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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경제는 지금 기로에 처했다. 안팎의 경제상황이 모두 심상치 않다.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업하기 힘들어 못견디겠다는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그나마 수출 덕분에 경기지표는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소비.투자의 부진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차이나 쇼크'에 이어 유가 및 국제 금리의 상승으로 또 한번 한국 경제가 출렁거릴 상황이다.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 원유가는 한국 경제에 물가 상승, 기업 채산성 및 국제수지 악화 등의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르면 6월께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에 투자했던 해외 자금 중 상당 규모가 높은 금리를 따라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 차이나 쇼크 역시 지속적으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시점에 해외 변수까지 불리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한국 경제가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더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실마리는 기업 투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되살려야 한다. 신용불량자.청년 실업 등의 해결 방안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심한 것은 안팎의 경제 여건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규제와 노조의 경영참가 요구 등에 대해 경제팀 내에서 엇갈리는 주장이 들려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경제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